월덱스는 반도체 식각(에칭) 공정의 소모성 부품인 실리콘 전극과 링을 만드는 강소기업이다. 반도체 전(前) 공정에는 기판(웨이퍼) 위에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회로 패턴이 드러나도록 하는 식각 공정을 거친다. 이 공정 장비 내에 설치되는 전극은 미세구멍을 통해 복합 부식가스를 흘려 웨이퍼 표면에 플라즈마(이온화된 가스 형태)가 골고루 분포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웨이퍼 주변에 설치되는 링은 플라즈마를 정확한 위치에 모은다. 월덱스는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이들 부품을 2000년대 초 처음 국산화했다. 매년 수출도 늘리면서 올해 ‘50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이 같은 공로로 월덱스는 지난 10월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선정한 ‘제133회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 11일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상’에도 선정됐다.
배종식 월덱스 대표(사진)는 2000년 회사 설립 후 곧바로 실리콘 전극의 미세구멍 가공 기술 개발에 나섰다. 처음 인쇄회로기판(PCB) 기판에 홀(구멍)을 내는 기계를 활용해 개발을 시작했는데, 실리콘 재질에 구멍이 매끈하게 뚫리지 않았다. 배 대표는 “시제품 장비를 여러 차례 버려가면서 35억원 이상을 개발비로 썼다”며 “은행이 신설법인엔 대출해주지도 않아 개인적으로 돈을 빌리러 다녔다”고 말했다.
고생 끝에 기술 개발에 성공했지만 산 넘어 산이었다. 반도체 메이커들이 신생업체 제품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일본 시장은 난공불락이었다. 일본의 한 대형사를 찾아간 배 대표는 “한국 중소기업이 품질관리를 할 능력이 있는가”란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끊임없는 기술개발 끝에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점점 인정을 받으며 거래처를 늘려갔다. 현재는 소니, 도시바 등 일본 고객사 비중이 가장 크다. 미국 마이크론, 대만 TSMC 등에도 납품 길을 열었다.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은 78%에 달했다.
올해 월덱스 매출은 1500억원을 넘어 창사 후 최대 기록을 올릴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에 해박한 배 대표는 “공대 출신이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그는 법학도 출신 경영자다. 창업 전 한 제약회사에서 신사업팀 임원을 맡았다가 반도체 부품산업에 관심을 두게 됐다. ‘반도체 부품을 국산화하자’는 목표를 갖고 창업을 준비하며 기술도 스스로 익혔다. 그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도전정신으로 기업을 일궜기 때문에 직원에게도 ‘꿈을 가지고 행동하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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