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DMC의 복합 롯데쇼핑몰(상암 롯데몰) 개발 사업이 7년 만에 본격화된다. 인허가 등을 거쳐 2025년에는 상암 롯데몰이 운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암 롯데몰은 ‘골목상권 보호’ 논란에 휩싸이면서 그동안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오피스텔과 판매시설 비율 절충
14일 서울시와 마포구청에 따르면 롯데쇼핑이 제출한 ‘상암 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특별계획구역(I3, I4, I5)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이 열람공고를 끝냈다. 이 계획안은 오는 17일 마포구 도시계획위원회를 거쳐 향후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이번 세부개발계획안은 서울시 산하 DMC관리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 6월 제출한 계획안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오피스텔 등 업무시설 비중은 절반 미만으로 줄이고, 판매 시설 등을 절반 이상으로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해당 부지(총 면적 2만644㎡)는 롯데쇼핑이 2013년 서울시로부터 1972억원에 매입한 것이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등이 어우러진 서울 서북권 최대 쇼핑단지로 만드는 게 롯데의 당초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형 쇼핑시설이 들어설 때마다 논란이 된 ‘골목상권 보호’가 발목을 잡았다. 망원시장 등 인근 상인들이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부결을 끝으로 진전이 없던 논의는 롯데가 지난 6월 마포구청에 재승인을 요청하면서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당초에는 롯데 측이 판매시설을 82%에 달하는 수준으로 계획하면서 서울시와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롯데 측이 지난 6월 이 비율을 31%까지 줄이겠다고 나서자 이번엔 판매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게 문제가 됐다.
롯데가 이번에 제출한 수정안에 따르면 전체 필지 중 판매 비율은 36.1%로 조정됐다. 6월 제출한 안(31.6%)에 비해 비율이 5%포인트가량 늘어났다. 57%를 넘었던 오피스텔 비중은 약 49%로 하향 조정했다. 나머지는 근린생활 및 문화시설 등으로 채우겠다는 게 롯데 측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7년간 제자리걸음을 했던 개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갈등 원인이었던 판매시설 비중이 대폭 줄어든 데다 감사원의 지적도 압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앞서 지난해 12월 “법적 근거 없이 심의를 장기간 보류하는 등 도시계획 결정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며 서울시에 상암 롯데몰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롯데 측이 최종 제출한 개발안이 권고안을 충실하게 반영했다”며 ”내부적으로 최대한 빨리 심의를 마무리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롯데 측은 후년께 착공해 2025년 복합몰 운영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북권 광역중심 기대
상암 롯데몰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수색역세권 등 일대 개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수색역세권 개발사업은 경의중앙선 수색역과 공항철도 디지털미디어시티역(DMC역) 일대 약 32만㎡에서 철로를 제외한 22만㎡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서울시 코레일은 DMC를 기반으로 상암·수색지역을 통합해 글로벌 서북권 광역중심으로 만들 계획이다.수색역세권개발 부지는 롯데 상암몰과 철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다. 서울시는 롯데 측에 수색역세권과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특별계획구역을 개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롯데는 이번에 수정 계획안을 제출하면서 수색역세권과 상암 롯데몰을 지하나 지상 브리지로 연결해 공공성을 확충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이와 별도로 주택공급 방안의 일환으로 DMC 미매각 부지에 100층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 건립도 추진된다. 상당수가 분양주택으로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일대의 큰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대규모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면 상암·수색 일대가 서북권 광역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