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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주 교수, 당신의 수명과 심박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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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심장박동수는 정해져 있다.”, “심박수로 내 수명을 알 수 있다.”, “당신의 심장이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뛸 수 있는 지 심박수로 알아볼 수 있다.” 와 같은 이야기들을 다들 한번 이상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스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명은 최초의 심장박동으로 시작되고, 마지막 심장박동과 함께 끝난다.”라는 심장 박동 관련된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만약 평생 뛸 수 있는 심장박동수가 정해져 있다면, 혹시 내 심박수를 줄이면, 더 오래 살 수 있을까 라는 순수한 호기심을 가질 수도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지금 언급했던 내용들을 과학적으로 접근해보려고 한다.

Q) 생명은 마지막 심장박동과 함께 끝난다면, 최초의 심장박동은 언제 시작될까?

도대체 언제부터 심장은 뛰는 걸까? 태아일 때 심장 박동이 시작될까 아니면 출산의 순간 신생아의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심장 박동이 시작하는 걸까? 아직 수정란이 태아가 되기 전, 통상적으로 임신 2주에서 8주까지를 우리는 배아 (embryo)라고 한다. 이 때 신체의 각 부위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데, 심장과 순환기계(혈관)도 이 시기에 만들어진다. 임신 5주차 정도에 배아의 심장튜브는 자발적으로 박동을 처음 시작하는데 아쉽게도 이 시기의 박동소리는 들리지는 않는다. 임신 6주차 이후에 초음파를 통해 태아의 심장박동을 확인할 수 있다. 임신 9주-10주차가 되었을 때 비로소 태아의 심장박동 소리를 처음 들을 수 있는데, 이 때 태아의 심박수는 분당 170회 정도로 성인과 비교해서 매우 빠르다. 만약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심장박동과 함께 생명이 시작된다고 하면, 임신 5주차의 배아일 때 생명이 탄생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Q) 왜 평생 심장박동수가 정해져 있다고 말하는 걸까?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터프트대학교의 (Tuft university) 심장내과 리바인 교수는 굉장히 흥미로운 논문 ‘Rest Heart Rate and Life Expectancy, 안정 시 심박수와 기대 수명’을 저명한 저널 중 하나인 미국심장학회지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JACC)에 1997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리바인 교수는 모든 포유류는 평생 약 10억회 정도 심장이 뛴다고 밝혔다. 코끼리, 사자, 기린, 고양이, 원숭이, 생쥐, 햄스터, 심지어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사람의 경우 다양한 환경적 영향으로 인해 심장이 평균적으로 평생 30억회 이상 뛸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심장이 30억회 뛴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 심박수를 70회에서 60회로 낮추게 되면 산술적으로 수명은 80년에서 93.3년으로 10년 이상 증가하게 된다. 심박수뿐만 아니라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기 때문에, 절대 일반화할 수 없다고 해도 흥미로운 가설이기는 하다. 일반적으로 안정 시 심박수가 낮은 사람의 심장이 더 효율적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Q) 안정 시 심박수가 낮은 사람이 더 오래 살 수 있을까?

건강한 성인의 정상 안정 시 심박수 범위는 남성과 여성 모두 분당 60회에서 100회 사이이다. 그런데 2010년 Women’s Health Initiative (WHI)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안정 시 심박수가 60회에 가까운 경우 심근 경색의 위험이 더 낮았다. 129,135명의 폐경 이후 여성에서 심박수가 분당 76회 이상이었던 여성의 경우 심박수가 분당 62회 이하였던 여성과 비교해서 심근경색 또는 사망의 위험이 26% 더 높았다는 것을 밝혔다. 2013년 Heart 저널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코펜하겐에 거주하는 2,798명의 건강한 중년 남성을 16년간 추적 연구했다. 이 때 심박수가 분당 90회 이상이었던 그룹에서 심박수가 분당 60회 이하였던 그룹들과 비교해 사망의 위험이 약 2배 가까이 높았다. 나이, 생활습관 등 여러 요인들을 함께 고려했을 때에는 그 위험이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 때 안정 시 심박수가 10회 증가할 때마다 사망의 위험은 16%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했다. 2008년 호주 주도로 이루어진 33개 국가, 10,917명의 심혈관질환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연구가 란셋 (the Lancet)에 발표되었는데, 이 연구에서는 안정 시 심박수가 70회 이상이었던 그룹에서 심근경색, 입원의 위험이 더 높았다는 것을 밝혔다. 특히 심근경색으로 인한 입원의 위험은 심박수가 높았던 그룹에서 46% 더 높았다. 적어도 일부 연구에서는 안정 심박수와 심혈관 사고 및 사망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 것을 밝혔지만, 아직 더 많은 연구를 통해 검증되어야 할 것이다.

Q) 그럼 안정 시 심박수만 낮추면 오래 살 수 있을까?

안정 시 심박수는 측정이 쉽고,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심박수는 질병, 약물, 스트레스, 호르몬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변하기 때문에 심장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 중 하나이다. 심박수는 깊은 호흡, 요가, 스트레칭 등의 이완 운동, 충분한 수면,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체중유지 등을 통해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내 심박수가 너무 빠르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고, 너무 느리다고 안심해서도 안된다. 심박수 이외에도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 다양한 위험 인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생활습관과 적절한 운동, 그리고 필요한 경우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래도 내 심장의 박동이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리거나, 두근거림을 느끼거나, 불규칙하다고 생각되면 병원을 방문해서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겠다. 특히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앞으로 심박수에도 관심을 가지자.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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