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는 올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글로벌 판매 부진에 따라 매출은 줄고,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하반기에는 반등에 나섰다. 3분기엔 고부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로 ‘고비’를 넘겼다. 4분기도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내년엔 미국 시장 확대와 함께 중국에서의 반전도 이룰 계획이다.
고부가 모델로 반등한 현대차
현대차는 올 1분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위기를 맞았다. 1분기 판매는 90만3371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6% 줄었다. 매출이 5.6% 늘긴 했지만, 원화 약세에 따른 영향이 컸다. 영업이익 역시 4.7% 늘었지만, 앱티브 합작법인 관련 기타 매출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감소했다.2분기엔 코로나19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주요 시장의 이동 제한 조치,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판매와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판매는 70만3976대로, 전년 동기 대비 36.3% 감소했다. 매출은 같은 기간 18.9% 줄어든 21조859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9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3% 추락했다.
현대차는 3분기에 313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세타2 GDI 엔진’과 관련해 2조1352억원의 품질 비용을 충당금으로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엔진 관련 충당금 변수를 제외하고 계산한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1조8210억원에 달했다. 사실상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이런 실적은 고부가 모델 판매를 늘린 덕분이다. 국내에선 G80, 그랜저, 팰리세이드 등의 판매가 늘었고, 미국에선 팰리세이드 등 SUV 중심으로 판매가 증가했다.
4분기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국내 판매는 10월과 11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 10.9% 늘었다. 해외 판매는 여전히 감소세지만, 감소폭은 눈에 띄게 줄고 있는 모습이다.
기아차는 레저용 차량으로 반전
기아차도 올 상반기 힘들었다. 1분기엔 코로나19 영향을 가장 먼저 받은 중국과 3월부터 급속하게 확산한 유럽에서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판매가 크게 줄었다. 2분기엔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됐다.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대비 27.8% 감소한 51만6050대에 그쳤다. 이에 따라 매출은 21.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2.8% 급감했다.
기아차 역시 3분기부터 반전을 시작했다. 영업이익은 195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33.0% 줄었지만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세타2 GDI 엔진’ 관련 1조2592억원의 충당금 영향이었다. 기아차의 경우 품질 비용을 제외하면 3분기 영업이익이 1조2080억원에 달했다. 2012년 2분기(1조2315억원) 이후 최대 실적이다.
기아차의 선방은 K5, 쏘렌토, 카니발 등 신차에 더해 레저용 차량(RV) 판매 호조에 따른 결과다. RV 판매 비중은 전년 대비 9.1%포인트 상승한 57.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4분기엔 국내와 해외 판매가 동시에 늘고 있다. 국내에선 카니발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고, 해외에선 스포티지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GV80, G80로 미·중 공략
현대차그룹은 내년 중국 시장에서 반등을 도모할 계획이다. 지난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에 참가해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비전을 중국 시장에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통합관을 운영하고, 제네시스관을 별도로 마련해 자동차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인 총 1600㎡의 전시공간을 선보였다.제네시스 브랜드는 내년 중국 시장 진출에 앞서 대표 모델인 G80와 SUV인 GV80를 공개했다. 중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대형 세단 G90의 스페셜 에디션 ‘스타더스트’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에선 이미 GV80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GV80의 미국 사전계약 물량은 지난달 2만 대를 넘어섰다. 현지 자동차 매체들의 호평도 잇따르고 있다. 강력한 엔진과 정숙성, 편안한 주행 성능과 고급스러운 실내외 디자인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