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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西施?目(서시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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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풀이
西: 서녘 서
施: 베풀 시, 옮길 이
?: 찡그릴 빈
目: 눈 목


미인 서시가 눈살을 찌푸린다는 뜻으로
남의 흉내를 내다 비웃음을 산다는 의미-<장자(莊子)>


중국 월나라의 절세미녀인 서시는 가슴앓이병이 있어 언제나 미간을 찌푸리고 다녔다. 그랬더니 그 마을의 추녀가 이것을 보고 그 어여쁨에 감탄해 자기도 가슴에 손을 대고 미간을 찡그리며 마을을 돌아다녔다. 그러자 그 마을 부자들은 대문을 굳게 잠그고 나오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처자를 이끌고 마을에서 도망쳤다. 이 추녀는 미간을 찡그린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만 마음에 두었을 뿐, 찡그림이 아름다운 까닭은 알지 못했다. 즉, 서시는 본래 아름다우므로 자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장자(莊子)> ‘천운편(天運篇)’에 나오는 고사다.

여기에서 유래한 서시빈목(西施目)은 ‘서시가 눈살을 찌푸린다’는 뜻으로,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는 것을 빗대는 말로 쓰인다. 효빈(效), 서시봉심(西施捧心)도 같은 뜻이다.

장자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제도나 도덕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춘추시대 말엽의 난세에 태어난 공자가 그 옛날 주왕조의 이상정치를 그대로 노나라와 위나라에 재현하려 하는 것은 마치 추녀가 서시를 무작정 흉내 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꼬았다.

<장자> ‘추수편’에 나오는 한단지보(邯鄲之步)도 뜻이 서로 맞닿는다. 수릉의 한 젊은이가 조나라 수도 한단에 가서 그곳의 걸음걸이를 배웠는데 한단 걸음걸이를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본래의 걸음걸이마저 잊어버려 기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뜻으로, 이 또한 제 분수를 잊고 무턱대고 남을 흉내 내다 이것저것 다 잃어버림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자신을 아는 지기(知己)는 깨달음의 첫걸음이고, 철학의 출발점이다. 모든 것은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항심(恒心)이 부족하면 분주히 외물만 좇는다. 여기저기 헤맬 뿐 정작 ‘내 것’은 놓치고 산다. 누구나 존재의 의미가 있다. 그 의미는 타인과 비교되지 않는 절대적 의미다. 노자는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질수록 배움이 적어진다”고 했다.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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