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업 합종연횡
북미 에너지업계의 잇따른 M&A가 대표적이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석유·가스기업 M&A 거래액은 271억달러를 넘었다. 2분기(약 19억달러) 대비 약 14배 수준이다. 사업 내용이 겹치는 중견기업 간 M&A가 많다. 지난 8일엔 캐나다 화이트캡리소시즈가 TORC오일&가스를 9억캐나다달러(약 7665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엔 토르말린오일이 동종업계 주피터리소시즈를 4억9000만달러(약 5330억원)에, 모던리소시즈를 1억930만달러(약 119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엔 미국 데본에너지가 WPX에너지를 25억6000만달러(약 3조원)에 사들였다. 사업 확장을 위한 공격형이 아니라 비용을 줄이기 위한 ‘수비형 M&A’로 평가된다. 에너지산업 전문 투자은행인 튜더피커링홀트의 매트 머피 애널리스트는 “요즘 에너지업계 M&A는 몇 달러라도 더 쥐어짜내려는 시도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저유가에 휘청이는 기업을 에너지 대기업이 헐값에 사들이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월엔 세계 7대 ‘오일 메이저’ 중 하나인 미국 코노코필립스가 텍사스 기반 에너지기업 콘초리소시스를 97억달러(약 10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오일메이저 기업 셰브런은 지난 7월 미국 텍사스 기반 노블에너지를 50억달러(약 5조4320억원)에 인수해 미국 내 시추권을 추가 확보하고 이스라엘 천연 가스전 사업에 진출했다. 마이클 워스 셰브런 CEO는 “비용효과적인 기회를 포착해 M&A에 나섰다”고 말했다. 부채에 시달리는 기업을 낮은 비용으로 샀기 때문이다. 바루크 레브 미국 뉴욕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가 많은 중견·중소기업 경영을 약화시켰다”며 “이 때문에 법적·금융적 자원을 보다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는 대기업이 몸값이 낮아진 작은 기업을 인수할 기회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사모펀드는 경영난 외식기업 모아
수요절벽에 몰린 외식업계에서도 M&A 붐이 일고 있다. 봉쇄 조치로 경영에 치명상을 입은 레스토랑·패스트푸드 체인을 사모펀드 등이 헐값에 사들이는 식이다. 지난 10월 사모펀드 로어크캐피털이 기존에 보유 중인 인스파이어브랜즈를 통해 던킨브랜즈를 113억달러(약 12조2810억원)에 인수했다. 인스파이어브랜즈는 산하에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다섯 개를 두고 있다. 지난 7월엔 외식·접객분야 전문 사모펀드 하겟헌터가 파산 상태인 텍사스 기반 외식업체 트루디스를 650만달러(약 70억원)에 매입했다. 5월엔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가 로건스로드하우스, 올드시카고 등 여러 외식 브랜드를 산하에 둔 외식기업 크래프트웍스를 9300만달러(약 1010억원)에 인수했다. 크래프트웍스는 미국 전역에 음식점 330여 개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지난 3월 파산보호신청을 하고 직원 1만8000명을 해고한 상태였다. 당초 인수가액으로 1억3800만달러를 제시했지만 최종 합의된 금액은 9300만달러로 몸값이 30% 이상 낮아졌다. “내년엔 생존형 M&A 더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에너지·외식업계 등에서 ‘생존형 M&A’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 분야 수요가 큰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어서다. 에너지분야 전문 투자은행 어포튠의 개리 피트맨 본부장은 “내년엔 살아남기 위해 M&A로 운영 비용을 줄이려는 기업들이 올해보다 더 많이 나올 것”이라며 “이번 저유가 사태는 코로나19가 세계 전반에서 수요를 파괴해 일어났기 때문에 기업들의 생존 문제가 전례 없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컨설팅기업 앨랙스파트너스는 “미 외식산업 부채 규모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며 “매출이 확 늘지 않는 한 대부분 외식 기업이 채무 재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고, 이 때문에 외식기업 M&A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