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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보다 눈맛!…성탄 케이크, 디자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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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같은 시기, 같은 먹거리를 즐기면 풍습이 된다. 한국 ‘제3의 명절’인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그렇다. 매년 크리스마스 유명 제과점은 케이크를 잔뜩 쌓아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파티셰들은 밤새 케이크를 만든다. 올해는 케이크 수요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가족, 친구들과 케이크를 나눠먹는 홈파티족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리스, 로마 때 神에게 바친 케이크
서양에선 특별한 날 케이크를 먹는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그리스에서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게는 와인이 잘 숙성되기를 기원하며, 로마에선 달의 여신 루나에게 아기를 잘 낳아 기르게 해달라고 빌며 케이크를 바쳤다. 당시 케이크는 빵에다 꿀을 바르고 건포도 호두 등 견과를 올려 먹는 형태였다.

가톨릭에서는 성탄절이 아니라 주현절(主顯節)에 케이크를 올렸다. 주현절은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날, 1월 6일이다. 아기예수가 탄생한 성탄절부터 다음달 6일까지 12일간은 유럽에서 축제 기간이다. 주현절에 올리던 케이크를 점차 성탄절에도 먹게 됐다.

국내에서는 1980년 말부터 서민들도 케이크를 먹었다. 설탕, 우유, 버터의 보급이 본격화한 시기다. 버터로 만든 상온보관용 케이크가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가정용 냉장고가 보급되자 트렌드가 바뀌었다. 파리바게뜨가 냉장보관용 생크림 케이크를 처음 선보여 대박을 터뜨렸다.
‘보는 재미’에 빠지다
최근 국내 케이크 시장에선 디자인 경쟁이 한창이다. 맛은 기본, 더 예쁘고 멋진 케이크를 내놓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해외 유명 작가와 협업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SPC다. SPC는 서울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 ‘패션5’에서 매년 독특한 콘셉트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개발해 선보인다. 2018년엔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 케이크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앤디 워홀의 삽화에 있는 케이크를 재현하기 위해 설탕 공예 전문가까지 동원했다. 지난해엔 핀란드 출신 삽화가 클라우스 하파나에미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였다. 올해는 프랑스 삽화가 나탈리 레테와 협업해 ‘행복구름 뭉게뭉게’ ‘위싱트리’ 등의 케이크를 내놨다. 레테는 구찌, H&M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도 일한 유명 삽화가다.


파리바게뜨는 미국 아티스트인 톰 브라우닝을 초청해 ‘산타가 보낸 산타케이크’ ‘산타는 휴가중’ 등 익살스러운 이름의 케이크를 내놨다.

CJ푸드빌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는 지난해 12월 ‘겨울왕국’ 케이크를 선보여 히트했다. 출시 1주일 만에 2만 개를 팔아치우며 돌풍을 일으켰다. 디자인 케이크의 위력을 실감한 뚜레쥬르는 올해 국내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나난과 협업했다.


올해는 커피전문점, 특급호텔도 케이크 전쟁에 뛰어들었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파스쿠찌 등이 이달부터 크리스마스 케이크 판매를 시작했다. 서울신라호텔, 롯데호텔 서울·부산,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워커힐호텔앤리조트 등 특급호텔도 5만~9만원대 케이크를 내놨다.
성탄절 기다리며 먹는 ‘슈톨렌’
지난해부터 독일 전통 발효빵 ‘슈톨렌’이 유행이다. 슈톨렌은 말린 과일과 견과류를 넣어 만든 빵이다. 여기에 슈가파우더를 입혀 새하얗게 장식해 마치 눈이 쌓인 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독일인들은 12월 초부터 슈톨렌을 먹으며 크리스마스가 오기를 기다린다.


파리크라상 등 국내 베이커리업체는 최근 몇 년간 크리스마스에 맞춰 슈톨렌을 선보였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생일과 각종 기념일에 케이크를 많이 먹는 밀레니얼 세대가 색다른 크리스마스 디저트로 슈톨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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