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계좌번호를 착각해 다른 사람에게 잘못 보낸 돈을 돌려받기 쉬워질 전망이다. 예금보험공사가 돈을 대신 받아 돌려주는 일명 '착오송금 구제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만 앞두고 있어서다. 지난해에만 3202억원의 착오송금 가운데 절반 이상이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9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 법사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이날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내년 7월부터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앞서 금융소비자들은 계좌번호를 착각해 돈을 잘못 보냈더라도 돌려받기가 쉽지 않았다. 이마저도 착오송금한 사람의 연락처를 수취인이 알 수 없어 은행이 요청하는 게 전부였다. 수취인이 반환을 거부하면 강제로 되돌릴 권한도 없었다.
부당이익반환소송을 통해 돌려받는 방법이 있지만 건당 6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기간도 6개월 이상 걸려 돈을 돌려받는 걸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에 따르면 지난해 착오송금 평균 금액은 202만원으로 반환율은 48%에 그쳤다.
착오송금 구제법은 예보가 착오송금 반환 지원 업무를 대신하는 게 핵심이다. 착오송금인이 은행 등에 신청하면 예보가 수취인의 연락처를 확인해 직접 연락해 돈을 돌려받아 건넨다. 별도의 소송 없이 금융사,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연락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환율은 높아질 수 있다.
착오송금 관련비용도 줄일 수 있다. 예보가 직접 나서 반환 업무를 지원할 경우 건당 60만의 부당이익반환소송 건수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예보는 소송까지 가지 않을 경우 사례비, 수수료 등으로 5% 안팎의 비용만 들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권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착오송금에 따른 소비자 불만과 관련 업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그동안 송금인과 수취인 사이에서 곤란했는데 관련 업무가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업무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 착오송금 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착오송금으로 반환을 청구한 금액은 9562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착오송금 신고액은 매년 늘고 있다. 2015년 1761억원을 시작으로 2016년 1806억원, 2017년 2398억원, 2018년 2392억원을 거쳐 지난해 3202억원이 됐다. 올해 1~5월 착오송금 신고액은 1567억원으로 올해도 3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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