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 이어 내년 초에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법안의 입법도 강행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잇단 ‘기업 옥죄기’ 법안으로 경영 여건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9일 법무부에 따르면 집단소송법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포함된 상법 일부개정안이 이르면 내년 초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 두 법안은 법제처 심사 과정에 있다. 이후 1주일 간격으로 ‘차관회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뒤 국회에 상정될 계획이다. 내년 3월 열리는 첫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현장의 목소리 등을 반영해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게 법무부 측의 설명이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법안은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넓히는 게 골자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일부가 제기한 소송으로 모든 피해자가 함께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피해자가 50명 이상인 모든 손해배상청구에 적용되며, 제외 신고를 하지 않은 모든 피해자에게도 판결 효력이 생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반사회적 위법 행위에 대해 실제 손해액 이상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제도로, 기업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의 최대 다섯 배까지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재계는 두 법안에 모두 반대 의견을 내놨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단체는 지난달 법안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법무부에 각각 제출했다. 경총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기업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며 “두 법안의 동시 입법을 서둘러 추진할 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집단적인 피해구제제도에 관한 입법례를 깊이 있게 검증하고 충분히 논의한 뒤 도입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했다.
두 법안이 시행되면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소송 전 증거 조사, 자료 제출 명령 등으로 인해 기업의 영업비밀 같은 핵심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소·영세기업은 막대한 소송 비용으로 줄도산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조 ‘브로커’가 대거 등장하고 거액의 합의금을 노리는 외국의 집단소송 전문 로펌까지 가세하는 등 ‘기획소송’이 활개 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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