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예측 가능하지 않은 일을 싫어한다. 몇몇 모험을 즐기는 경우는 예외이겠으나 일상에서 예측 못 한 일이 벌어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때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사용한다. 그런데 인간의 사고는 대부분 선형적이다. 즉, 변화는 일정한 속도로 일어난다는 생각인데, 한 달 전보다 지금 체중이 1㎏ 늘었다면 한 달 후에는 1㎏ 더 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식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스템은 대부분 선형적 변화에 맞도록 구성돼 있고, 우리는 그럴 때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인류가 예측이 어려운 수렵·채집 생활에서 선형적 예측이 가능한 농경 사회로 진입한 것도 이런 속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변화는 꼭 선형적으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대표적 예가 나비효과다. 지구 한쪽에서 나비가 살짝 일으킨 바람이 지구 반대쪽에서 태풍을 일으킨다는 것인데, 선형적 논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주식이 폭락하는 것처럼 선형적 사고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비선형적 변화의 특징은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데 있다. 이런 빠른 변화에 과거의 관행으로 대응해 낭패를 보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휴대폰의 대명사였던 노키아도 시장 변화 예측을 잘못해 순식간에 쓰러졌다. 질량이 클수록 관성이 커 속도를 바꾸기 어렵다는 물리법칙이 기업과 사회의 변화에도 유효한 것 같다. 최근 TV 광고에서 부하 직원에게 상사가 힘내라고 격려하자 펭수가 옆에서 “힘든데 어떻게 힘을 내요?”하고 반문하는 걸 보고 아차 싶었다. 기성세대가 과거의 고정관념을 갖고 미래세대의 생각을 예측하는 것이 바로 세대 갈등의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가 덮치기 전부터 이미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비선형적 변화의 시기를 살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일상을 한순간에 바꿔버린 요즈음 우리는 습관이 얼마나 바꾸기 어려운 것인지 경험하고 있다. 직장에서의 회의를 비롯해 초·중·고교, 대학에서의 수업도 모두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변화와 성찰의 조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내년에 백신이 본격적인 효력을 발휘해 코로나19가 극복됐을 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버린다면 올해는 ‘잃어버린 1년’이 돼버리고 만다. 그렇지만 선형적 사고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근본적 변화를 일궈낸 승자들도 드러날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한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의 말이 이 시대의 대처법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내면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과거에 대한 고정관념을 지우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것은 어쩌면 선형적 사고가 인간의 속성 중 하나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스스로 변명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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