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게 적극 협조할 것을 이례적으로 주문해 주목된다. 변 후보자는 아직 ‘후보자’ 신분이고, 야당은 ‘송곳 검증’을 예고한 상황이다. 논란이 일 수 있는데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변 후보자가 구상하는 공급방안에 기재부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런 움직임은 취임도 안 했는데 그에게 쏟아지는 부정적 평가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변 후보자가 과거 각종 ‘반(反)시장 정책’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게 회자돼 “벌써부터 김현미 장관이 그리워지려고 한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일명 ‘공공자가주택’이 대표적이다. 이는 땅 소유권을 공공부문이 갖는 토지임대부 주택, 주택을 공공에만 되팔 수 있는 환매조건부 주택 등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토지공개념 전면 도입으로 가는 중간단계로 평가된다.
변 후보자가 “옛 발언을 토대로 정책을 예단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은 만큼, 취임하자마자 공공자가주택 도입을 강행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국토부에 “서울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해 공급 확대에 우선순위를 두는 듯한 모습이다. 문제는 이마저도 시장에서 ‘실패’라고 평가받는 방식이란 점이다. 변 후보자는 “역세권에 높은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고, 증가분은 공공임대·분양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여기엔 ‘개발이익의 상당액을 공공에 환원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사업 후보지 땅주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8·4 대책’ 때 도입된 공공재건축도 늘어나는 용적률의 최고 70%를 공공에 기부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500가구 이하 소형 단지들만 사전 컨설팅에 참여할 정도로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이런데도 “개발이익을 적정 수준으로 규제·공유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으니, 시장에서 “공급부족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불신이 퍼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24차례 부동산 대책이 모두 실패로 돌아간 뒤 국토부 장관 교체가 결정됐을 때 시장에서 바랐던 건 친(親)시장 정책으로의 대전환이었다. 하지만 변 후보자 내정 후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보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변 후보자가 이런 현실부터 직시하길 바란다. 또 다른 ‘반시장 정책 실험’은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만 키울 소지가 다분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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