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09일(11:3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2년 간 세계에서 통하는 벤처캐피털을 만드는데 주력해왔습니다. 글로벌 시장의 시작점에 선 것으로 제 역할은 다했습니다. 새로운 대표와 후배들이 한국투자파트너스를 진정한 글로벌 VC로 거듭나게 할 것입니다."
한국투자파트너스(한투파)를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캐피털(VC)로 성장시킨 백여현 대표(사장)가 물러난다. 12년 간 한투파의 사령탑을 맡은 그는 평범한 금융계열 VC였던 한투파를 세계 시장에서 인정 받는 글로벌VC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 대표는 1987년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한신증권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증권맨 생활을 거쳐 모회사인 동원그룹 경영관리실에 있던 그는 IT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지금 한투파로 이름을 바꾼 동원창업투자로 자리를 옮기며 벤처투자 업계에 입문했다.
이후 8년 간 한투파의 인사·재무·총무 등 안살림을 맡던 백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대표로 승진했다. 당시 한투파의 운용자산(AUM)은 2000억원 수준으로 업계 20위권에 머무르던 시절이다.
이후 그는 12년 간 한투파를 이끌며 한투파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000억원 수준이던 AUM은 3조원대로 늘었다. 올해는 국내 지금껏 국내 VC 어느 곳도 달성한 적 없는 연간 신규 벤처투자 5000억원을 돌파했다. 매년 투자금액 가운데 40% 가량이 해외투자일 정도로 투자의 영역도 글로벌화됐다.
이 같은 성장은 백 대표가 추진한 '시스템 선진화'와 '글로벌화'의 결과물이란 평가가 나온다. 백 대표는 한투파에 몸담은 초반 주먹구구식이던 운용 시스템을 개선시키는데 주력했다. 그는 투자 프로세스와 운용 시스템, 성과급 제도 등을 구축했다.
투자는 전문심사역에 맡기고 펀드레이징(자금조달), 리스크관리, 사후관리 등을 담당하는 미들오피스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그가 주도한 변화다. 2005년 중소기업청이 벤처캐피털 정기 평가 제도를 도입하면서 한투파의 시스템은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화는 대표에 취임한 이후 백 대표의 가장 큰 성과다. 한투파는 2008년 상하이 사무소 설립을 시작으로 2009년 베이징, 2016년 중국 청두, 미국 실리콘밸리, 2019년 중국 광저우, 싱가포르 등 지속적으로 해외 거점을 늘리며 투자를 확대해나갔다.
그 결과 한투파는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에서 인정 받는 국내 VC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중국 터우중 그룹이 매년 조사하는 중국 내 VC 순위에서 한투파는 국내 VC 가운데 유일하게 100위 안에 들었다. 해외 운용사 중에선 14위로 상위권이다.
백 대표는 "한국이라는 좁은 우물에서 싸우는 경쟁에 머물기보단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해왔다"며 "저는 물러나지만 한투파는 아시아 최고 운용사로 거듭나기 위해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한국투자파트너스를 이끌 대표로는 황만순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내정됐다. 황 신임 대표는 국내의 대표적인 바이오 분야 벤처캐피탈리스트로 꼽힌다. 약대 출신으로 유한양행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2001년 창업투자회사였던 한국바이오기술투자에 입사하며 VC업계에 입문했다. 백 대표가 대표를 맡은 2009년 한투파에 합류해, 올해 초 CIO로 승진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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