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 고위험군 환자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더라도, 병원이 사고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병원 측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삼성의료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2017년 강북삼성병원에서 급성담낭염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환자 A씨가 침대에서 떨어져 뇌손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보공단은 이 낙상사고로 인한 A씨의 치료비 분담금으로 총 1억6000여만원을 지출했다. 이후 건보공단은 “병원의 관리소홀 때문에 낙상사고가 일어났다”며 병원을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냈다.
1심은 병원이 공단에 약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A씨가 수면 중인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등 위험한 행동을 했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병원이 A씨를 낙상 고위험군 환자로 분류했을 정도로 보다 높은 주의가 요구됐다고 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도 “A씨가 어떤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져 사고가 일어난 것인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병원이 사고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병원은 A씨를 낙상 고위험관리군 환자로 평가해 침대높이를 최대한 낮추고 바퀴를 고정했으며, 난간에 안전벨트를 설치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며 “A씨에게도 여러 차례에 걸쳐 낙상방지 주의사항을 알리는 등의 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행위가 그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춰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은 낙상사고의 발생에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인지 등을 보다 충실히 심리·판단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