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7%가 동거 관계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진행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비혼 동거' 가족에 대해서는 응답자 67%가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혼인신고를 해서 인정받은 법적인 가족 뿐만 아니라 생계, 주거를 공유하는 수준만으로도 가족이라 볼 수 있다고 느낀다는 결과였다.
이런 인식 때문일까. 여기 결혼 전 아내의 동거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 한 남성의 사연이 있다.
A 씨는 한 커뮤니티에 '결혼 전 아내의 동거'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아내가 전 남자친구와 무려 3년을 동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평소 나름 오픈 마인드라고 생각했는데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용납이 되지 않는다"면서 "결혼정보 회사 통해 조건 보고 만난 사이기 때문에 서로 불같이 사랑하고 그런 적은 없었지만 지금은 아내 얼굴만 봐도 헛구역질이 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A 씨는 평소 "최소한 성매매 및 동거는 절대 안 된다는 철칙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연에 한 네티즌은 "동거는 법률상 사실혼으로 친다. 재혼이나 마찬가지다"라는 댓글을 달아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았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동거가 법률상 사실혼에 해당한다는 이런 주장이 사실일까. 또한 결혼 전 동거가 혼인 취소나 이혼 사유에 해당할지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에게 들어봤다.
결혼 전 동거가 혼인 취소나 이혼 사유?
간혹 신혼여행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자기야! 내가 몇 번째 남자야?”라고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질문은 예의상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남편이나 아내나 결혼 전 몇 명과 얼마나 연예를 했는지 성관계를 했는지 말할 필요도 없고 알려야 할 법적인 의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결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상대방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습니다.
예컨대 결혼 전 다른 이성과의 결혼, 이혼, 출산 여부, 특히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인 경우에도 서류에는 혼인기록은 없지만 상대방에게 이러한 사실을 고지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혼인을 결정하는 중대한 사실이기 때문에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 결혼 전에 그 사실을 정직하게 고백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결혼한 경우 혼인 취소 사유나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나중에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고 혼인 취소나 이혼 소송을 하면서 위자료 청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
혼인 취소는 결혼을 할지 말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사실을 속일 경우 예컨대 학력, 직업, 결혼, 이혼 여부 등의 사실을 서류 위조 등 적극적 방법으로 속인 경우에 가능합니다.
결혼 전의 다른 사람과 동거한 사실을 상대방에게 말해야 할까요?
동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보편화된 현상이고 최근 우리나라도 동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거와 사실혼은 다른 개념입니다. 동거는 단순히 남녀가 한 집에 같이 사는 것이고 사실혼은 결혼하고 부부처럼 사는데 단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연애할 때는 좋아하는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 외모, 가정환경 등의 조건을 최대한 좋게 보이려고 합니다. 자신의 숨기고 싶은 개인사정, 가정사, 연애나 동거 경험 등 말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결혼 전 연애 사실이나 동거 사실도 최대한 축소해서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숨기거나 심지어 거짓으로 말하고 결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혼할 때는 배우자 될 사람에게 사실혼 여부는 반드시 얘기해야 합니다. 만약 얘기하지 않으면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혼과 달리 ‘동거’는 애매합니다. 동거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혼인 취소나 이혼이 된다는 법원의 판결은 찾기 어렵습니다.
결혼 전 6개월 미만의 단기간 동거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고 바로 혼인 취소 사유나 이혼사유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1년-3년 이상 장기간 동거 사실은 다른 문제입니다. 장기간 동거 사실은 거의 사실혼에 준하는 경우도 있고 결혼하려는 상대방 배우자가 결혼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장기간의 동거했다는 사실은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솔직하게 결혼 전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면 차라리 그와는 헤어지는 것이 낫습니다. 잠깐 속이고 결혼하면 평생 괴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숨기고 싶은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얘기했을 때 당신의 아픔까지 따뜻하게 이해해 주는 사람이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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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