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 서울대 의대 피부과학교실 주임교수(61·사진)는 피부 노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의사이자 학자, 그리고 기업인이다. 1995년 서울대 의대 피부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대한피부연구학회장을 지내고 현재 서울대병원 피부과장, 세계피부과연맹(ILDS) 아시아태평양 지역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피부 노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서 2013년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 회사 ‘정진호이펙트’를 세웠다. 서울대병원 소속 의사 약 2500명 가운데 본인 이름을 그대로 넣어 교내 창업에 나선 의사는 정 교수가 유일하다.
“피부 노화는 주름 몇 줄 생기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 몸 전체 건강이 영향을 받게 되죠.”
정 교수는 지난 3일 인간개발연구원이 주최한 기업인 대상 조찬 강연에서 피부 노화의 부작용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피부는 우리 몸에 굉장히 넓게 자리잡고 있는 장기”라며 “피부가 노화하면 피부 세포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호르몬을 분비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당뇨, 탈모, 안구건조증 등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피부 노화를 억제하면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난 20여 년간 이 분야를 연구해왔다고 밝힌 그는 이날 강연에서 피부 노화를 막기 위한 생활습관을 소개했다. 첫째는 ‘때 밀지 않기’다. 목욕하면서 때를 밀면 피부를 이루고 있는 각질이 떨어져 나가면서 피부 속 수분이 계속 빠져나가게 되고, 결과적으로 피부가 건조해진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되도록 짧은 시간 안에 간단히 샤워하는 게 피부 건강에 좋다고 설명하면서 보습제를 하루 1~2회 바르라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또 자외선 노출을 최대한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타민D 합성을 위해 시간을 내서 햇빛을 쬐는 사람도 있지만, 정 교수가 보기엔 불필요한 행동이다. 긴팔과 긴바지를 입고 여름철 기준 10분만 햇살을 받아도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D 합성량의 5배가 몸으로 흡수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뜨거운 ‘열’이 피부 노화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해낸 학자이기도 하다. 정 교수는 “햇빛으로 인한 노화의 80%는 자외선, 20%는 열에 의해 발생한다”며 “자외선을 차단하는 선크림은 많지만 아직 열을 제대로 차단하지는 못하는 만큼 햇빛을 길게 쬐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 같은 생활습관이 개인의 ‘능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령 인구가 증가할수록 피부는 개인의 능력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겁니다. 같은 80세라도 어떤 분은 60세처럼 보이고, 어떤 분은 90세처럼 보일 텐데 두 80대가 살아갈 세상은 다를 수밖에 없겠죠.”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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