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2명이 월성 1호기 원전과 관련된 내부 자료를 삭제하는데 관여한 혐의로 구속됐다. 1명은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는 이유로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앞서 해당 수사가 '검찰의 탈원전 정책 흔들기'라고 강하게 반발했던 여권은 5일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전지법은 공용 전자기록 등 손상·방실 침입·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산업부 3명의 공무원 가운데 A국장과 C서기관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B과장의 영장은 기각했다. 대전지법은 "범죄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이미 확보된 증거들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A국장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게 월성1호기 조기 가동중단 지시를 직접 받은 인물로 이후 한국수력원자력 고위 임원에게 수시로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A국장은 2019년 11월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당시 B과장의 보고를 받고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
자료 삭제 실행은 C서기관(당시 사무관)이 했다. C서기관은 감사원 감사관과 면담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1일 밤 월성1호기 관련 자료 444건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백운규 전 장관과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윗선에 대한 소환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에너지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중요 정책"이라며 "이에 대한 사법적 수사는 이제 검찰이 정부 정책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최근 검찰이 정부 정책(탈원전)을 수사하며 국정에 개입하는 정치 행태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며 "이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당시 검찰개혁을 좌절시키려 했던 정권 흔들기용 정치 수사를 되풀이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행정부의 정책 집행에 검찰이 개입해 불법여부를 가리겠다는 건 헌법 정신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했고, 신동근 최고위원은 "국민의힘과 검찰권력의 유착, '국검유착'에 따른 청부수사를 하고 있다는 강한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의원은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명령"이라며 검찰을 겨냥해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수사를 맡고 있는 대전지검은 여당이 원전 수사를 거듭 비판하자 이례적으로 공개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대전지검은 "월성 원전 수사는 원전 정책의 당부(當否: 옳고 그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정책 집행과 감사 과정에서 공무원 등 관계자의 형사법 위반 여부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