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중국 주도로 김치산업 국제표준 제정, 한국 언론 폭발: 김치 종주국 굴욕'지난달 28일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같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환구시보는 중국의 김치 제조 방식이 지난달 24일 국제표준화기구(ISO) 승인을 받았다면서 "중국 김치가 국제 김치 시장의 기준이 됐다"고 했습니다.
中 언론 "韓, 김치 종주국 유명무실" 조롱
환구시보가 국제 표준이라고 주장하는 ISO는 1947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나라마다 다른 산업·통상 표준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을 개발하고 보급하고 있습니다. 공식 관급 기구는 아니지만 165개 회원국이 가입돼 있습니다.ISO 상임 이사국인 중국은 쓰촨(四川)성 메이산(眉山)시 시장감독관리국을 앞세워 ISO 표준 제정 작업을 진행하고, 1년5개월 만에 'ISO 24220 김치 규범과 시험방법 국제 표준'으로 인가를 받았습니다. 환구시보는 중국 시장 관리·감독 전문 매체인 중국시장감관보를 인용해 "한국이 수입하는 김치의 99%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며 "김치 종주국이라는 이름이 유명무실해졌다"고 조롱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정부가 즉각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9일 오후 설명자료를 내고 "중국의 파오차이(Pao cai)에 관한 국제표준제정과 우리 김치(Kimchi)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우리 김치에 관한 식품규격은 2001년 국제연합(UN)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회원국들이 이미 국제 표준으로 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ISO 24220으로 제정되는 내용은 파오차이에 관한 사항은 중국 쓰촨의 '염장채소'로, 해당 식품규격이 김치(Kimchi)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바이두 백과사전 "한국 김치는 중국에서 유래"
그러나 최대 포털사이트와 현지 언론의 보도를 검색해보면 사뭇 다른 내용이 나옵니다.중국 대표 포털 바이두 백과사전에 '김치(파오차이)'를 검색하자 한국의 김치로 보이는 사진이 여러장 나타났습니다. 백과사전에는 "한국 요리 문화를 대표하는 김치는 30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중국에서 유래한다"고 적혀있습니다. 네이버 백과사전처럼 일반 중국인들이 즐겨 검색해서 보는 1등 포털 사이트에서 한국 김치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바이두 백과사전은 '김치의 표준' 항목에서 "지난달 24일 중국 쓰촨(四川)성 메이산(眉山)시 시장감독관리국 주도로 '국제표준화기구(ISO) 24220 김치(염장발효야채) 규범과 시험방법 국제 표준'이 승인됐다"며 "중국 김치의 영향력이 확대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치와 관련한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하면서 한국 김치는 중국에서 유래됐다는 왜곡된 사실은 그대로 둔 것입니다.
현지 언론의 보도 사진도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중국의 매일경제신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관련 기사를 보면 한국의 김치 사진이 버젓이 보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보면 마치 중국이 한국 김치 제조에 대한 국제 표준 인증을 받은 것으로 오인하기 십상입니다.
한국 김치도 파오차이에 해당하므로 중국이 등록한 김치 규격에 포함된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한 중국 누리꾼은 해당 보도를 접한 뒤 "중국 전통문화를 무참히 뜯어고친 뒤 뻔뻔스럽게도 한국 김치를 오리지널이라고 우기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김치 공정' 가볍게 여기면 안되는 이유
중국 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중 언론이 한국 음식인 김치의 기원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 방면에 논쟁이 있느냐. 나는 잘 모르겠다"고 비켜 갔습니다.중국에서도 한국 김치와는 다른 종류의 염장채소인 '파오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ISO에 등록된 문서는 이 '파오차이'의 식품 규격이 한국의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적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포털과 언론이 '김치 종주국의 굴욕' 이라고 보도하고 김치 사진을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각에서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무리하게 보도를 하는 것은 일종의 '노림수'가 숨어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은 국력이 신장하면서 한국의 역사를 왜곡하는 '동북공정'을 비롯해 한국의 한복, 음악, 김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중국 기원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작은 행보 하나 하나를 가볍게 여기면 한국이 어렵게 지켜온 고유의 문화유산이 점차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