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중국 선전시는 추첨을 거쳐 시민 5만 명에게 200위안(약 3만4000원)씩 나눠줬다. 인민은행 디지털화폐 앱을 통해서다. 5만 명은 같은달 18일까지 3389개 상업시설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인민은행 디지털화폐로 결제했다.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이뤄진 결제는 6만3000건에 이르렀다. 세계 최초의 공식적인 대규모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이 이뤄진 것이다. CBDC는 비트코인 등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가상화폐다. 중앙은행이 운용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이 때문에 가격 변동이 없고 안정적이다.
중국이 다른 나라에 앞서 CBDC에 뛰어든 것은 디지털 경제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위안화 국제화의 목적도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 들어선 미국이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둘러싸고 중국 압박 카드로 홍콩의 달러페그제 폐지 검토까지 언급하자 ‘달러 패권’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CBDC 사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내부적으로 ‘디지털 달러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은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함께 CBDC 개발에 들어갔다. 더 이상 미적거리다간 세계 무역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조바심을 드러내고 있다. 유럽도 패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체 ‘디지털 유로화’ 발행 준비에 나섰고, 영국 일본 스위스 스웨덴 캐나다 등 5개국 중앙은행과 연구그룹을 구성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중앙은행과 디지털화폐를 합친 용어다.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와 마찬가지로 블록체인과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한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며 기존 법정통화와 1대 1로 교환이 가능하다는 게 차이다. 가격 변동이 없어 안정적이다. 법정 디지털화폐라고도 불린다.
김익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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