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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수능'에 부모 애틋함 더 컸다…"엄마 여기 있을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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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 떨리고 긴장된다. 무사히 시험을 치르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 아들 파이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속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3일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86개 시험지구 1383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수능'에 고사장 앞 풍경은 예년과 달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시험장 앞 집합 금지 명령과 응원 자제를 요청하면서, 매년 떠들썩했던 수능 응원전도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수능을 치르는 자녀들을 향한 부모의 마음은 배로 애틋했다.

매서운 날씨에도 고사장 앞에서 발길을 차마 못 돌리던 학부모들은 "잘 봐", "부담 없이 보고 와"라고 반복해서 소리쳤다. 수험생들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보이며 고사장으로 향했으나, 학부모들은 자녀가 들어간 철문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학부모, 자녀 향한 애틋함 배로…"걱정되지만 최선을 다해주길"
3일 오전 7시 <한경닷컴>이 방문한 경기도교육청 제45지구 제10시험장 신천고등학교 앞은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매년 수능날이면 펼쳐졌던 응원 문화는 자취를 감췄고, 학부모들이 수험생에게 전하는 목소리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코로나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수능을 치르는 자녀들에게 부담감보다는 편안함을 전하고 싶은 부모의 모습이었다.

한 학부모는 고사장 철문 앞에서 수험생을 안아준 뒤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하고 와!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옆에 있던 또 다른 학부모는 수험생이 입실을 위해 철문을 넘어가자 "시험 끝나고 나오면 엄마가 철문에 딱 붙어 있을게"라며 애써 웃어 보였다.

경찰들이 학교 교문 앞 교통 정리에 나서면서 차량 창문에 고개를 내밀고 "부담 없이 보고 와. 우리 아들"이라고 연신 외치는 학부모들의 모습도 적지 않았다. 수험생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도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망부석처럼 자리를 지키는 학부모도 더러 있았다.

학부모들은 코로나 사태 속 수능을 치러야 하는 자녀들의 상황에 애틋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동안 철문 앞에서 학교 안을 지켜보던 수험생 학부모 김모씨(47)는 "코로나도 있고 하니 불안한 마음이 있다. 아이가 마스크에 익숙해지기 위해 시험 준비를 하면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왔는데, 특히 숨쉬기가 힘들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더라"며 "심리적인 부분도 예년보다 안 좋은 만큼,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많다. 아이가 시험을 잘보기만을 바랄 뿐이다. 고생한 만큼, 노력한 만큼 실력 발휘해서 원하는 결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문 앞에서 자녀의 머리를 연신 어루만지던 김모씨(47)도 "했던 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 해줬으면 한다.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자녀가 교문에 들어서자 "아무래도 걱정이 많다. 시험이 늦어진 것은 물론 확진자 수가 늘어날 때마다 방역대책이 변하면서 아들이 받은 영향이 적지 않았다"며 "전반적으로 민감했다. 아들이 최선이 다해주는 것만 바란다"고 토로했다.

자녀보다 더 떨린다며 긴장감을 드러내는 학부모도 적지 않았다.

자녀를 껴안고 배웅하던 배모씨(50)는 "내가 더 떨리고 긴장된다. 코로나에 대해서는 아이가 크게 내색하지 않았기에 우리도 그냥 믿는다고만 했다"며 "걱정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시험이 아무 탈 없이 잘 치러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우리 아들 파이팅이다.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수험장 철문에 나서는 순간까지 수험생의 손을 잡고 서 있던 조부모 이모씨(72) 또한 "자식 시험 볼 때보다 더 들뜨고 기대가 된다. 자녀 때는 실감이 안 났는데 손주들에 대한 마음은 다르다"며 "매일 교회 100일 기도를 나가고 있는데, 아이에게는 부담 갖지 말라고 하라고 했다. 모든 학생들이 건강히 무사히 시험 봤으면 좋겠다. 파이팅"이라고 소리쳤다.
입실 시간 다가오자 "2분 남았다" 목소리도
7시 30분께 고사장에는 수험생들의 발길이 몰리기 시작했다. 수험생들은 마스크를 쓰고 한 손에는 도시락 가방을 든 채 입실하는 모습이었다. 수험생들의 모습도 전반적으로 차분했다.

곳곳에 수험생을 배웅하러 나온 친구들도 있었다. 이미 수시 전형을 치렀다는 남모씨(19)는 "친구들 배웅하려고 나왔다. 오랜 기간 친구들이 핸드폰도 꺼놓고, 놀지도 못하고 공부를 했다"며 "3년 시간 헛되지 않게 잘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고사장 주변에는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등의 교통 지원이 이뤄졌다. 원활한 주변 소통을 위한 관리가 추진됐고, 입실 임박한 수험생을 경찰 또는 민간 차량이 지원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도시락을 건네주지 못해 길 한복판에서 학생의 부모가 뛰쳐 내리는 돌발 상황도 있었다. "차를 옮기라"는 경찰에 지시에 "죄송해요. 잠시만요. 이것만 전해줄게요"라고 학부모가 호소하자, 경찰은 앞뒤 차량을 막고 서기도 했다. 빨리 전달하라는 의미였다. 학부모가 도시락을 학생의 손에 건네주자, 수험생은 경찰에게 목례를 하고 신속히 정문으로 들어갔다.

8시가 다 되자 택시가 연달아 정문으로 도착하기도 했다. 8시 정각에 택시에서 내린 한 학생은 친구에게 "중간에 버스가 너무 느리게 가는 바람에 바로 내려 택시를 탔다. 진짜 시험 못 보는 줄 알고 너무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8시 5분이 넘어서자 경찰들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뛰어오는 학생을 위해 경찰들은 횡단보도를 가로막고 차의 통행을 일정 기간 막으며 "빨리 지나가세요. 2분 남았습니다"라고 외쳤다. 이 같은 조치에 항의하는 움직임은 없었다.

8시 10분 입실이 완료된 이후에도 한동안 부모들은 자리를 뜨지 못했다.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수차례 학교를 돌아보며 간절한 마음을 내비쳤다.
교사들 "외부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성적 받기를"
사상 초유의 '코로나 수능'에 교사들도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돌발 상황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학생들이 외부 상황에 깊이 신경 쓰지 않고 시험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한목소리로 바랐다.

추운 바람에도 한 시간 반가량 교문 앞을 지키던 고등학교 교사 이모씨(28)는 "아무래도 애들이 코로나 걱정을 많이 토로해 안전상의 부분과 컨디션 조절이 잘될지 걱정이 된다. 고3 아이들을 맡은 것은 처음이라 특히 마음이 쓰인다"며 "올해 초부터 교사도 학생들도 처음 겪는 상황이었기에 정신이 없었는데, 노력한 만큼 최선을 다한 만큼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다"며 웃음 지었다.

고등학교 교사이자 올해 수능 준비 책임자 김모씨(40)는 "최근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수험생들이 시험 외에 받는 압박감이 높아지고 신경이 분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이 왜 본인들에게 생기나', '혹시 이런 것들로 예상치 못한 불이익들을 받는 것 아니냐' 등의 걱정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선은 학생들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코로나 상황에서 처음하는 상황이기에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생길까가 가장 걱정이다"라며 "마스크와 가림판 등으로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있을텐데 편안하게 마음을 먹고 최대한 실력을 펼친다고 생각하면서 시험을 치렀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김씨는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수능 준비 선생님들이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혹시라도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선생들에 말을 해서 조치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주변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준비했던 것을 잘 정리해서 가능한 편안한 마음으로 임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날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은 총 49만3433명으로 수능이 도입된 1994학년도 이후 역대 최소다. 이들은 전국 86개 시험지구, 3만1291개 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르게 된다.

이날 관리·감독관과 방역인력은 12만708명이 투입됐다. 응시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체온 측정을 받게 되며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별도 시험실에 배치된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도 별도 장소에서 시험에 응시 중이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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