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이라는 사후 세계관은 과연 성서에 기반한 개념일까. 초기 기독교 역사를 연구해온 바트 아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종교학과 교수는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그는 기독교의 상징적 존재인 예수조차도 그런 사후 세계를 믿지 않았고 지금 믿어지는 단일한 사후 세계관은 기독교 내에 존재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대신 경합하는 다양한 관점들이 시대마다 사회, 문화, 정치적 필요에 의해 채택됐다고 주장한다. 그가 최근 출간한 저서 《두렵고 황홀한 역사》는 성서와 성경의 선정 과정에서 제외된 문서인 ‘외경’은 물론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거쳐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에 이르는 문헌을 통해 천국과 지옥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하며 죽음과 그 이후에 대한 생각들을 성찰한다.
저자는 ‘죽음의 심판’으로 불리는 천국과 지옥이란 사후세계가 최초로 등장한 시기를 ‘태초’가 아닌, 호메로스가 서사시를 통해 절망과 희망의 두 장소를 언급했던 기원전 7세기로 본다. 이후 기원 전 1세기 베르길리우스에 의해 ‘명확하게 지난 생에 대한 응보’로서 우리에게 익숙한 천국과 지옥 개념에 다가간다. 저자는 “두 서사 시인 사이를 메운 주요 징검다리가 된 이는 다름 아닌 철학자 플라톤이었다”며 “플라톤은 자신처럼 고결하고 경건한 삶을 살았던 혼들은 신들 곁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지만 부정한 삶을 살았던 이들은 거기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비참하게 방황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한다. “심판의 날이 다가오면 영광은 주릴 때 먹을 것을 주고 헐벗었을 때 옷을 입혔던 자에게 돌아간다”는 마태복음 25장의 뜻 역시 이런 플라톤을 비롯한 기독교 바깥의 이야기꾼과 사상가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는 게 저자 생각이다.
저자는 사후세계 이야기 모두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냈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에서 플라톤은 “인간의 육신은 언젠가 죽어 없어질 것이기에 모든 생의 목표이자 삶의 방식은 ‘죽음에 대한 예습’”이라며 “철학자와 제대로 사고할 줄 아는 사람은 사는 동안 육신의 쾌락이 아닌 인간에게 내재한 초월적 부분, 즉 정신과 영혼이 육체를 초월하는 데 힘쓰는 방식으로 다가올 죽음을 매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저자는 “우리와 같은 운명을 가졌던 이들이 치열하게 고민했던 죽음과 사후세계를 톺아보며 필멸하는 인간의 운명에 대해 직시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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