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통합 후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는 방침을 연일 약속하고 있지만 노조의 반발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공포에 노사 간뿐만 아니라 통합 후 한식구가 될 직원 간에도 갈등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3일 직장인 전용 익명 커뮤니티 앱(운영프로그램) 블라인드의 각사 게시판과 항공사 종사자가 글을 올리는 '항공라운지' 등에선 최근 대한항공 직원과 아시아나항공 직원 간 갈등을 드러내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자본잠식 상태인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추가적인 경영 악화로 일자리가 위태로워질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 대한항공 직원은 "아시아나항공이 자칫 애물단지가 될 수 있는 만큼 구조조정한 후 흡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인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직원은 "아시아나항공 출신이 임원이되더라도 다른 임원들에게 무시받아 결국 못 버티고 나갈 것"이라고 통합 후에도 갈등이 이어질 것을 예상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통합 후 대한항공 직원들보다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극심한 고용 불안을 표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인력은 800~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통합 일원화된 브랜드를 사용하게 되면 대한항공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애석하다는 감상을 담은 글도 눈에 띄었다.
항공라운지에선 익명이나 출신 회사가 표시되는 만큼 댓글들을 통해 양사 직원들 간 날 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양사 직원의 상당수가 휴직 상태인 상황에서 통합 이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내부적으로 확산한 탓으로 풀이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동걸 KDB 산업은행 회장,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까지 나서 거듭 "인위적인 인력감축은 없다"고 약속했지만 회의적인 분위기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뿐 아니라 항공업 전반으로 휴직과 고육불안이 심화되면서 익명성이 지켜지는 블라인드에서 갈등이 고조된 측면이 있다"며 "코로나19 쇼크로 항공업 전반이 쇼크를 입은 상황에서 타 업종으로의 이직 외에는 이직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직원들끼리 분란을 만들지 말자는 분위기가 다소 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항공 내에서도 최대 규모 노동조합인 '대한항공노동조합'을 제외한 두 개의 노조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선 상태다.
대한항공-아시아나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노사정 회의체를 구성해 노동자들과 인수·합병에 따른 고용안정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 노조 등 4개 노조의 연합이다.
공동대책위는 "노사정 협의 없는 일방적 인수 합병에 유감"이라며 "정부는 산은을 앞세워 현실성 없는 고용안정 대책을 주장하지 말고 노사정 회의체 안에서 실질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 쇼크를 고려하면 한진그룹과 산은의 약속이 현실성이 없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은 인위적인 구조조정 대신 노선 스케쥴 개선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규모의 경제에 따른 이자비용 및 중복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정년 퇴직과 자발적인 사직 인력 유출이 1년에 1000명 이상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복 인력은 전체 인력에 비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2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양사 통합 관련 온라인 간담회에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다시 한번 약속했다. 우 사장은 "(대한항공) 노조에 상시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노조에 대해선 여러 법적인 문제로 (못 했지만) 필요할 경우 산은 등과 협의해 어떻게 소통하는 게 가장 좋은 방향인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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