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도는 산업화를 기점으로 이전보다 1.1℃ 상승했다. 지난 10만년 간 지구 온도의 변화폭이 2℃를 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기후 학자들은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2031년 1.5℃, 2100년 5℃ 상승할 것이라 예상하며 2℃ 상승을 인류 존속의 마지노선으로 경고하고 있다.
2021년 파리기후협약 시행을 앞두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 사회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중이다. EU는 2019년 1조 유로로 책정한 ‘유럽 그린딜’의 투자 금액을 올해 1.8조 유로로 상향했고, 한국 정부는 ‘그린뉴딜’을 통해 총 73.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바이든 정권 인수가 개시되면서 파리기후협약 재가입과 2019년 민주당이 제안한 그린뉴딜 도입이 조심스럽게 예측되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는 2050년까지 1.5~2℃로 지구 온도 상승을 제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탄소 배출량을 현재 수준 대비 2030년 50% 감축, 2050년에 100% 감축하여 완전한 탄소제로(0)를 달성해야 한다. 탄소 배출 분야별로 총 배출량(약 40Gt)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발전(30%), 운송(18%), 산업(18%), 건물(5%) 순이다. 각 분야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전기 사용을 늘리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10년간 경제성을 갖춘 탄소 감축 기술을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발전 분야에서는 늘어나는 전기 수요를 재생에너지원으로 감당할 전망이다. 총 발전량에서 태양광과 풍력 비중은 2019년 9%까지 상승했다. 태양광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발전 효율성과 전력 저장이 중요하다. 전력 효율을 극대화 시켜주는 태양광 인버터 시장에서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솔라엣지(Solaredge)를 주목할 만하다. 인버터와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하는 인페이스(Enphase) 역시 고성장이 기대된다. 풍력 발전에서는 해상풍력이 향후 성장의 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육상풍력 터빈 글로벌 1위 기업인 덴마크의 베스타스(Vestas)가 해상풍력으로도 시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운송 분야에서는 전기차 시대가 개막되었다. 현재 자동차 판매량 중 2.5%에 불과한 전기차 비중이 늘면 배터리 사용과 폐기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벨기에의 우미코어(Umicore)는 폐배터리를 수거하여 재사용하는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
제조, 건설 등을 아우르는 산업 분야에서는 1,000℃ 이상의 고온이 필요한 공정에서 전기가 화석연료를 대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에너지 관리와 공정 자동화를 통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주는 프랑스의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이 대표 기업이다.
상업용/주거용 건물에서는 에너지 소비량의 절반 가량이 난방과 온수 공급인데, 현재 천연가스를 대체할 에너지원은 없다. 그래서 공기, 지면, 물에 저장된 태양 에너지를 기반으로 냉매를 활용하여 고온의 공기를 저온으로, 저온의 공기를 고온으로 전달하는 기기인 히트펌프가 주목받고 있다.히트펌프는 유럽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 대표 기업으로는 스웨덴의 글로벌 난방 기술 기업인 니베 인더스트리에르(NIBE Industrier)가 있다.
그 동안 기후협약은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고 친환경 사업은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수익성을 개선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고 파리기후협약과 그린뉴딜의 효력도 전보다 강하게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야흐로 화석연료 기반 경제에서 신에너지 경제로 전환되는 서막이 오르고 있다. 탄소제로(0)를 향한 여정에 동행하고 싶다면 그 서막을 여는 주역들에 주목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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