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0~299인 사업장에 대해 내년부터 주52시간제 적용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90%가 넘는 기업들이 이미 준비가 완료된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이 주요 근거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실태조사 결과를 두고 중소기업계에선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와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기중앙회 자체조사에선 84%가 주52시간제에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3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50~299인 노동시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91.1%가 내년 주52시간제 적용을 준수할 수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81%는 이미 주52시간제는 준수하고 있었고, 10%는 연말까지 준비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됐다. 고용부는 지난 6~8월 약 2만4000개에 달하는 50~299인 기업을 전수조사해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60.8%의 응답률을 고려하면 약 1만4592개의 기업이 응답한 것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11월 조사에 비해 주52시간제 준수 가능 기업이 대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준비 미완료 기업이 42.3%에서 19.0%로 줄었고, 준수 불가 전망 기업도 16.7%에서 8.9%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고용부의 실태조사 결과는 앞서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조사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기중앙회는 이달 초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를 통해 중기의 39%가 주52시간제에 준비돼있지 않다고 발표했다. 현재 근로시간이 주52시간을 초과해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한 업체만을 대상으로 통계를 산출하면 이 비율이 84%까지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중기중앙회는 이 조사를 통해 추가 채용에 따른 비용 부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 등 때문에 준비가 어려우며, 계도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오차가 발생한 것에 대해 고용부는 조사 방식과 대상, 자료 해석 전반에 걸친 인식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고용부가 전수조사를 한 것과 달리 중기중앙회는 500곳의 기업만 표본 조사해 현실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고용부가 '준비 중이나 연말까지 완료 가능'하다는 응답을 '준비 완료'로 분류한 반면, 중기중앙회는 이를 준비가 안된 것으로 분류했다는 점도 차이를 발생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주52시간 대비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제조업 비중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중앙회는 조사 대상 중 70%가 제조업 기업이었다. 반면, 고용부 조사에선 제조업 비중이 절반 이하인 32%에 불과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제조업 기업만 놓고 봤을 때는 준수 불가 기업 비중이 14.0%까지 증가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유연근로제 등 제도 개선을 일부 진행하면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기중앙회 조사에서도 6개월 탄력근로제 도입 시 어려움이 대부분 해소된다거나(46%), 일부 해소된다(34%)는 의견이 80%였다"며 "노사정 합의 내용이 반영된 탄력근로제 법안 처리를 국회에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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