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 육아 중인 친구가 돌 지난 아이와 함께 여행 가자는 제안을 했다는 사연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글쓴이 A 씨는 평소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됐을 때 국내 이곳저곳을 여행해 왔다. 이번엔 제주도 여행을 준비 중이다.
최근 A 씨는 절친 B 씨의 연락을 받았다. 두 사람은 대학시절부터 친하게 지냈으나 B 씨가 결혼과 출산을 하면서 연락이 뜸해진 사이다. 그래도 SNS로 소통하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해왔다.
B 씨는 SNS로 A 씨 여행 사진을 보고 "좋겠어. 나 외출 한지가 언젠지. ㅠㅠ"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독박 육아 중이라 집에 갇혀 살다 보니 너무 힘들어. 너 여행 다니는 거 보니까 나도 가고 싶다"고 했다.
A 씨는 "남편에게 놀러 좀 가자고 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제주도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B 씨는 "나 염치없는 거 아는데, 이번에 같이 여행 가면 안될까?"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혼자는 무리고 우리 딸도 데리고 가면 좋겠어. 이번 기회 아니면 당분간 여행 가기 힘들 것 같아서. 대신 숙소비는 내가 낼게"라고 했다.
A 씨는 "너만? 아니면 아기도?"라고 물었고 B 씨는 "애 엄마가 애 두고 어떻게 혼자가. 당연히 같이 가지. 우리 딸은 순해. 낮에도 거의 자고. 애들은 차 타면 무조건 잠들어. 내가 너 사진도 찍어주고 우리 딸 케어는 내가 다 할게"라며 애걸했다. 갓 돌 지난 아기를 데리고 제주도 여행을 가자는 것이었다.
당혹스러웠다. A 씨는 "아기 태우고 운전해본 적도 없고 차에 카시트도 있어야 하지 않아? 일정도 변경해야 할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B 씨는 직접 렌터가 회사를 검색한 후 "카시트 설치야 내가 하면 된다"고 했다.
A 씨는 "항공권도 내가 살 때보다 비쌀 거고, 아기가 아무리 순해도 낮잠도 자고 잠투정도 있을 텐데 그럼 계획이 여러모로 틀어질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B 씨는 "내가 여행 전까지 아기 생활리듬 조절해 둘게. 제주도에서만 만나면 되지. 어차피 제주도는 해 지면 못 움직이지 않아?"라며 말했다.
A 씨는 "나 혼자 생각 정리하러 가고 싶은데"라고 하자 B 씨는 "너 혼자 일정 가고 싶을 때 나랑 아기는 숙소에 있을게. 그냥 집 좀 벗어나고 싶어서 그래. 둘이서는 이동도 힘들고 무리잖아. 그래서 부탁하는 거야"라며 막무가내였다.
"아이가 조금 더 크고 가는 건 어떠냐"고 하자 B 씨는 "그건 그냥 안된다는 소리 나 마찬가지야. 나는 지금이라 너무 간절해. 임신하고 침대 생활만 했고 애 낳고도 유난히 보채고 칭얼대서 우리 엄마 손도 안 탔는데 네겐 여행이지만 내겐 진짜 간절해"라고 간청했다.
A 씨는 "정말 미안한데, 나 진짜 이번엔 혼자 가고 싶어. 사실 아이 빼고 너만 같이 가자고 했어도 거절했을 거야. 나중에 기회 되면 같이 가자. 미안해"라고 거부 의사를 다시 드러냈다.
그러자 B 씨는 "생각 정리, 이해해. 그런데 그거 알아? 나는 편히 밥 먹을 시간, 외출할 시간, 씻을 시간도 없어. 나 힘든 거 아는 너니까 부탁한 건데 이번 만 좀 봐주라. 진짜 방해 안 할게. 내가 죽은 듯이 있을게. 아이가 물고기 좋아하니까 아쿠아리움만 데려가 줘"라고 재차 부탁했다.
A 씨가 가려는 레스토랑 등이 노키즈존이라고 말하자 B 씨는 "진짜 서럽다. 이러니 애를 안 낳는다는 소리가 나오지"라며 화를 냈다.
다음에 함께 하자는 A 씨의 말에도 B 씨는 "애 아빠도 그렇고 너도 다른 애들도 말로만 아이 이뻐하지 나 힘든 건 몰라주지. 화가 안 나고 배기겠나. 나중에? 말이 쉽지. 이번 아니면 다음 없는 거 알아. 무섭다. 너는 이해할 줄 알았는데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랐어"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너도 하나만 알고 둘은 볼 줄 모르네. 너는 애 안 낳겠냐? 너는 이런 일 안 겪을 것 같아? 나도 남편 만나기 전까지 결혼 생각 없었어. 사람 일은 어찌 될지 몰라. 주변에 아이 낳으면 주려고 유아용품 물건 깨끗이 쓰려고 모아두려고 했어. 네 아이였으면 이렇게 안 해"라고 비난했다.
또 "결혼하고, 애 낳고 사람 걸러진다는 말 진짜 못 느꼈는데 오늘 절실히 느낀다. 여행 재밌게 잘 가서 좀 많이 돌아보길 바라. 사람 어려울 때 이러는 거 아니다. 진짜 나니까 이렇게 솔직히 말해주는거야. 혼자 잘 살아라"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A 씨는 "친구가 육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건 알겠는데, 너무 한 거 같지 않냐"며 "이런 소리까지 들으며 여행을 가야 하는 거냐"고 네티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네티즌들은 "아이 엄마가 안됐긴 한데 남편에게 할 말을 왜 친구에게 하는 걸까", "남편에게 휴가 가자는 말도 못 하고 친구가 만만한가. 당장 손절해라", "친자매, 가족도 아니고 미혼 친구에게 이런 부탁은 실례이지 않나", "왜 친구 딸과 친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육아를 같이 해 달라는 건가?", "일부 아기 엄마들의 전형적인 착각. 아무리 절친이라 하더라도 친구의 아이는 남", "숙소 더 좋은 곳 예약할 돈으로 아기 데리고 혼자 놀러 가겠다", "친구에게 공동육아 하자는 이야기" 등 반응을 보이며 함께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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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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