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들어낸 수많은 발명품 가운데 도시는 인간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다. 멈출 줄 모르고 달려온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도시는 경계 없이 확장하며 인생주기를 가진 생명체처럼 태어나 자라고 꽃을 피워 생을 마감한다.
건축가 부부 노은주·임형남 씨가 최근 출간한 《도시 인문학》은 이들이 직접 다녀온 13개국 21개 도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삶이 묻어나는 도시의 풍경’에 집중한 책이다. 두 사람은 산책하듯 거닐며 담아낸 세계 여러 도시들 속 역사와 예술, 미래의 풍경을 통해 인간의 역사와 삶이 집약돼 있는 도시에 대해 이야기한다.
먼저 ‘역사가 만들어낸 도시’를 찾는다. 독일 베를린의 유대인 박물관을 통해 홀로코스트의 아픔을 기억하는 도시를 이야기한다. 홍콩이 영국 식민지였을 때 세워진 홍콩상하이은행을 보여주며 자본주의 최첨단에서 사회주의 국가 체제로 들어갈 때 느낀 홍콩인들의 불안과 공포,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말한다.
예술 아름다움을 지닌 도시들도 방문한다. 오스트리아 로그너바트블루마우호텔은 건물이 온통 곡선으로 이어지고, 창문이 2400여 개에 달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있는 산 마르코 광장엔 그리스 시대 조각부터 여러 장식품으로 가득차 있어 공간 자체로 예술의 향연을 펼친다.
‘미래가 만들어내는 도시’도 보여준다.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세운 ‘종이로 만든 집’이 있는 일본 고베, 바닥판을 수평이 아닌 경사진 형태로 구성하는 등 공간을 고정하지 않은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미 멘로파크에 있는 축구장 7개 넓이의 페이스북 사옥은 소통을 중시하는 회사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단층 건물에 직원 2800명이 칸막이 없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일한다.
두 저자는 “도시는 건축으로 채워져 있으며, 건물은 하나의 도시와 같다”고 강조한다. 또 “유기적인 구조를 가진 도시를 계획하는 것은 건축을 구성하는 복잡한 구조와 설비,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내부 움직임을 계획하는 것과 흡사하다”고 덧붙인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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