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정지를 명령한 것과 관련해 검찰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26일 논평을 내고 "대한민국 검사들에게 촉구한다. 법무부 장관의 정당한 조치와 검찰개혁의 진정성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행위를 즉각 멈추기 바란다"고 말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의 재판부 사찰 의혹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어제 법무부는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작성한 문건에 판사들의 비공개 개인정보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특정 재판부의 특정 판사가 '양승태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정보가 기재돼 있어, 명단을 직접 확인하고 작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수사정보를 수집하는 곳일 뿐 판사의 개인정보와 성향 자료를 수집해 검사들에게 배포하는 기구가 아니다. 법적 권한 없는 기관이 해당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명백한 사찰행위"라며 "이를 현직 검사장과 검사들이 두둔하겠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국 고검장 9명 가운데 6명은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성명서를 올려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는 검찰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추미애 장관은 재고해달라"고 요구했다.
김후곤 서울북부지검장 등 검사장 17명도 이날 내부망에 성명서를 올려 "대다수 검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중간 간부 27명도 이날 실명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집행정지는 위법하다는 의견을 냈다.
전날에는 전국 10여곳의 검찰청에서 평검사 회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이들 역시 회의에서 윤석열 총장에 대한 추미애 장관의 처분이 위법·부당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당사자라고 밝힌 성상욱 고양지청 형사2부장은 지난 25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자료 작성은 컴퓨터 앞에 앉아 법조인 대관과 언론 기사, 포털 사이트와 구글을 통해 검색한 자료를 토대로 했고, 공판 검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화로 문의했다"며 "마치 미행이나 뒷조사로 해당 자료를 만든 것처럼 오해되고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법적 권한 없는 기관이 개인정보와 성향자료를 수집, 분석, 관리하는 것이 사찰이고 그 사찰의 방법은 언론 검색, 검사들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탐문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한 판사 불법사찰 문건에는 언론 등 공개된 자료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개인정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무부는 "공개된 자료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개인정보"라고 표현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사실상 불법사찰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윤석열 총장 직무배제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