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A사는 최근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비슷한 사안 때문에 동시에 조사를 받았다. 기관별로 요구하는 자료가 조금씩 달라 경영지원실 직원들이 열흘 이상 야근하며 서류를 준비했다. A사 관계자는 “조사 담당 기관이 조사·적발 건수를 실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무리한 중복 조사가 많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환경부, 국세청 등의 행정조사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6일 발표한 ‘행정조사에 대한 기업 실태 분석’(2019년 매출 1000대 기업 대상 9월14~22일 설문조사, 153개사 응답) 결과를 보면 기업들은 정부 기관의 과도한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한 불만이 컸다.
‘정부가 행정조사와 관련해 개선해야 할 점’을 묻는 질문에 ‘과도한 자료 제출 요구 금지’를 꼽은 기업이 38.4%로 가장 많았다. ‘기관 간 사전조율을 통한 중복조사 최소화’(16.8%), ‘조사 기간 단축 및 횟수 제한’(15.8%), ‘효율적 이의신청 제도 운용’(12.1%)이 뒤를 이었다.
전경련은 “정부가 2017년 12월 ‘국민 불편·부담 경감을 위한 행정조사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27개 부처 총 608건에 달하는 항목 중 175건을 정비했지만 기업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행정조사 기간도 짧지 않았다. ‘최근 5년 간 받은 행정조사 1회 당 조사 기간’을 묻자 응답기업의 56.2%는 ‘1개월 이상, 3개월 이하’를 꼽았다. ‘3개월 이상’은 5.9%였고 ‘1개월 이하’는 37.9%였다.
기업의 7.2%는 지난 5년간 “중복조사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조사 기관은 국세청이 36.4%로 가장 많았고 시청(22.7%), 세관(13.6%), 환경부(9.1%) 순이었다. 또 행정조사 결과 시정명령과 과태료, 입건 등 처분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54.1%에 달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행정조사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한 건의 조사에 불과하지만 여러 조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행정조사도 일종의 규제 효과가 있는 만큼 불필요한 조사를 폐지,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