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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식목일을 하루 앞두고 발생한 강원도 산불은 빠르게 번지며 영동지방 일대를 집어삼켰다. 고성과 속초, 강릉과 동해에선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화재로 망상오토캠핑장이 전소되면서 동해시니어클럽이 운영하던, 어르신들이 일하는 카페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화재는 며칠 만에 진화됐지만 카페를 다시 여는 일은 까마득했다. 화재 보상도 거의 받지 못해 카페 이전 자금 마련부터 막막했다. 어르신 스물다섯 분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였다. 다행히 동해시니어클럽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시장형사업단 공모사업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했다. 재도약지원비 5000만원을 받아 같은 해 8월 북평시장 입구에 ‘행복한 디저트 카페’를 열 수 있었다. 새로운 카페가 시장과 초등학교 인근에 있다 보니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유동 인구가 많았다. 월 매출은 캠핑장 시절보다 300만원가량 증가했다. 재도약지원비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것이다.

자금은 물론 컨설팅도 제공
노인인력개발원은 시장 경쟁력이 있는 노인일자리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지원하는 시장형사업단 공모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로 노년에도 일하기를 희망하는 어르신이 많아지면서 이 사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노인인력개발원은 선정된 사업단에 창업과 재도약의 디딤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 5000만원의 사업비와 3년간 성장지원 컨설팅을 제공한다. 컨설팅 과정에서 사업지원비를 추가 지원할 수도 있다. 노인인력개발원은 2017년부터 지금까지 114개 시장형사업단에 15억원 이상을 지원했다.

울산남구시니어클럽은 이 사업을 통해 초기투자비를 지원받아 2개 사업장을 열었다. 소문난 반찬가게 ‘힐링쿡’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저소득층에 도시락을 전달하는 복지사업 ‘울엄마’를 시작했다.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에서 간벌한 대나무를 활용해 지역특화형 노인 일자리 식당인 ‘대나무 향기’도 열었다. ‘대나무 향기’는 성장지원 컨설팅의 일환으로 상권 분석 자문도 받아 높은 점심시간 매출이 기대되는 시청 앞에 매장을 열었다.

동해의 ‘행복한 디저트 카페’도 컨설팅을 통해 메뉴와 매장 운영 방안에 대한 도움을 받았다. 카페가 자리잡은 북평시장은 200년을 이어온 전통시장으로 전국 3대 5일장으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지역주민이, 장날에는 관광객이 많다. 시장을 본 뒤 한숨 돌릴 수 있는 곳이자 근처 초등학교 학부모의 아지트이며 아이들이 하교길에 엄마와 만나는 곳이다.
민관협업 일자리에 적극 지원
시장형사업단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민관 협력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지원 대상에 선정되는 비결이라는 게 노인인력개발원의 설명이다. 노인인력개발원은 초기투자비 지원 기관 선정 시,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추가 사업비를 지원받는 사업단을 우선 심사한다. 민관 협업의 시너지가 연내 일자리 창출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대나무 향기’는 노인인력개발원이 지원한 초기투자비 5000만원에 울산시에서 3000만원, 사회복지법인 원각선원에서 2000만원을 더해 창업했다. 개발원과 지자체, 지역 내 사회복지법인의 도움이 더해져 지역 주민이 사랑하는 소문난 맛집이 탄생한 것이다.

이천시니어클럽은 시에서는 사업장 무상 임대, SK하이닉스에서는 1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바리스타 로봇과 12명의 어르신이 함께 일하는 ‘카페 오늘’을 열었다. 포항시니어클럽은 경상북도의 지원금을 더해 참기름 로스터리 카페 ‘미소유’를 오픈했고, 시흥시니어클럽은 영농사업 초기투자비와 시흥시의 지원금 등을 더해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는 ‘꿈틀배추’ 사업단을 창업했다.
어르신들에게 활력을 주는 일자리
일하는 어르신들의 목소리에는 특유의 활력이 있다. 전국 각지의 시장형사업단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이 특히 그렇다. 시장형사업단의 일자리는 번듯한 매장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하는 일이 많다. 덕분에 동년배의 부러움을 사며 일하고 있는 어르신이 많다. 특히 바리스타는 대기자가 넘칠 만큼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중 하나다.

‘행복한 디저트 카페’에서 일하는 문순복 씨(67)는 동해시의 지원을 받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후 반년 넘게 기다린 끝에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는 “서울에 사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한다”며 “일하다 보면 어떻게 해야 여기서 일할 수 있냐고 묻는 손님, 얼른 나이 들어서 같이 일하고 싶다는 손님도 만나곤 한다”고 말했다. 함께 일하는 최은선 씨(67)도 “음료와 디저트를 만들면서 머리를 쓰는 게 건강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또래들과 일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게 사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주연 동해시니어클럽 실장은 “노인 일자리 참여자 모집 기사에 악플이 달릴 때마다 안타깝다”면서도 “카페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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