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 중문과를 졸업하고 중국요리를 업으로 삼겠다는 굳은 각오로 중국집에 취직해 바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중국요리는 ‘불의 요리’라고 하니 주방에는 화려한 불빛 같은 찬란함만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재직하는 8년 내내 뜨거운 화구 앞에서 튀김을 해야 했다.
요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던 내가 맨 처음 궁금해 한 것은 탕수육에 설탕과 식초를 얼마만큼 넣어야 달고 신맛이 조화를 이루느냐는 문제였다. 주방장님이 요리하는 것을 보려고 하면 주방장님은 “물 떠와라” 하셨고, 깐풍기 만드는 것을 보려고 하면 주방장님은 “접시 깔아라” 하셔서 내가 무언가 배울 틈새를 주는 데 인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요리에 어떤 양념을 얼마만큼 넣느냐 하는 문제는 주방에 오래 있다 보니 자연스레 익히게 됐다.
궁금함의 두 번째 단계는 식품학적 지식이 필요한 문제였다. 주방장님께 여쭈었다. “주방장님 탕수육 튀길 때 왜 달걀 흰자만 넣어서 튀겨요?” 주방장님 대답은 단호했다. “야, 그런 걸 뭘 묻냐. 그냥 흰자에 튀겨. 왜라는 게 어딨냐. 그냥 튀겨!”라고 했다. 이런 문제는 1992년에 모 대학의 식품영양학과에서 1년 동안 연구과정을 수학하면서 식품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얻고 해결이 됐다.
세 번째 궁금함은 음식을 공부하는 방법에 관한 문제였다. 그에 대한 답은 중국 청대의 문인 원매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 그가 지은 조리서 《수원식단》에는 요리사가 해서는 안 되는 일 열네 가지를 적어두고 있다. 그중 계구차라는 항목이 있는데, 계구차는 요리사가 요리할 때 대강대강 하면 먹는 사람도 대강대강 먹으니 요리사는 요리할 때 심혈을 기울여서 하라는 소리다. 원매는 이 구절을 좀 더 잘 설명하기 위해 《중용》의 19장을 인용했다.
《중용》 19장에서는 학문하는 방법은 깊이 묻고 홀로 많이 생각하고 옳은 판단력을 가지며 배운 것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원매는 요리하는 방법도 이와 같다고 했다. 최근 나는 오리라는 재료가 궁금해서 오리를 30마리 구입해 뼈를 발라보고 삶아보고 볶아보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봤다. 그 결과 오리는 3분의 1은 뼈, 3분의 1은 고기, 3분의 1은 기름과 껍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오리와 많은 대화를 나눈 느낌이 들고, 앞으로는 오리의 성질에 적합한 요리를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좋은 스승을 찾기 위해 많은 수고를 한다. 내가 가는 길을 앞서서 가고 있는 스승님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진정한 스승은 내 안에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을 얻기 위해 스스로 질문하고 묻고 판단하고 바로 실천에 옮기다 보면 나의 경험과 지식은 고스란히 내 안에 저장된다. 저장된 경험과 지식이 농익고 발효되면 그 안에서 또 다른 창조물이 탄생하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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