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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한 건 있던 예약도 취소"…대목 앞둔 '명동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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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한 건 있던 예약도 취소"…대목 앞둔 '명동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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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24일 오전 서울 명동. 텅 빈 설렁탕 가게를 혼자 지키던 황모 씨는 "이제 전기세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 가까이 접어들면서 한때 '서울 관광상권 1번지' 명동의 활기찼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코로나19 재확산 속 텅 빈 거리를 바라보는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매장 내 취식 불가" 듣자 발길 돌리는 고객들


수도권의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이날부터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동네 소규모 카페까지 모든 카페에서는 포장과 배달 주문만 할 수 있다. 음식점도 오후 9시까지만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 클럽, 헌팅포차 등 유흥시설은 아예 문을 닫았다.

명동의 한 개인 커피숍에서는 이 같은 조치를 인지 못한 고객들이 "매장 내에서 취식을 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듣고 발걸음을 돌렸다.

커피숍 아르바이트생 강모 씨는 "가게를 찾는 사람의 90%는 매장에서 머무르려는 고객"이라며 "오전에 손님이 15명 정도 다녀갔는데 3명은 '포장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더니 그냥 나가버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명동의 경우 임대료가 비싼 1층에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많다. 개인 카페는 2층에 자리를 잡은 경우가 많아 매장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신 오래 머무르려는 고객이 찾는 경향이 있어 거리두기 2단계 상향의 타격이 한층 클 것으로 자영업자들은 우려했다.

2단계 조치에 더해 서울시는 연말까지 '1000만 시민 멈춤기간'을 선포했다. 카페는 종일, 음식점은 오후 9시 이후 포장·배달만 허용되는 2단계 조치와 함께 주문 대기 시 이용자 간 2m 간격 유지, 음식 섭취 중 대화 자제 등을 권고했다.


기자가 찾은 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매장의 경우 아예 테이블과 의자를 모두 치워놓은 상태였다. 거리두기 지침에 맞춰 테이프로 바닥에 거리를 표시해 놓자 고객들은 이를 지키며 주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직장안 강모 씨는 "팀원들의 커피를 사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며 "항상 이 시간에 매장을 방문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후에도 고객 수가 크게 줄진 않은 것 같지만 테이블과 의자가 전부 치워져 있으니 위기감이 들기는 한다"고 말했다.

매장을 나서자 거리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한때 외국인 관광객들과 먹거리 좌판으로 흥청대던 명동거리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큰길에서부터 '임대'를 붙인 매장이 눈에 띄었다. 코끝이 찡하게 추워진 날씨 속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관광객을 기다리는 서울시관광협회 관광통역안내사들의 모습만 도드라졌다.

명동에서 가판대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관광객이 줄어든 경향이 있지만 장사를 시작한 지 10여년 간 겪어보지 못한 풍경"이라며 "코로나 이후 인적이 끊기면서 먹거리 좌판들도 모두 장사를 접었다"고 혀를 찼다.
외식업계, 대목 앞두고 '모임 없는 연말' 날벼락

'모임 없는 연말'을 맞게 된 외식업계의 시름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기업들은 앞서 8월 30일부터 9월 13일까지 시행한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당시 타격이 대목인 연말연시에 재현될 것이란 우려에 속을 태우고 있다.

빵집과 뷔페 등을 운영하는 한 외식기업 관계자는 "외식업계의 대목인 연말을 앞두고 수도권의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송년회 수요를 놓치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CJ푸드빌, 신세계푸드, 이랜드이츠 등 외식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매장 축소에 돌입했다. 배달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버티기'에 나섰지만 수수료 부담 등으로 수익성 반등은 요원한 상황이다. 커피 전문점 업계에서 배달서비스는 이미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허리띠를 졸라맨 업계가 추가 조치를 어떻게 견뎌야 할지 막막해 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앞서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된 기간을 포함한 3분기 외식업계는 전방위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커피전문점 매출 1위인 스타벅스조차도 3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2분기보다 각각 33.1%, 33.3% 감소한 바 있다.


외식업계는 거리두기 상향으로 연초까지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영업자는 한층 더 심각한 상황이다. 13년째 서울 명동에서 설렁탕 가게를 운영하던 황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함께 일하던 직원 2명도 내보내야 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당시 매출이 지난해의 30%에 그쳤다"며 "차라리 11월 초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해 확산을 방지했으면 연말 대목은 조금 더 편하게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글로벌부동산서비스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3분기 유통시장 보고서에서 "가두상권의 중소형 오프라인 매장들은 여전히 코로나19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주요 가두상권과 골목상권에는 폐업한 점포가 눈에 띄게 늘고 있고, 골목상권의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경/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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