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27)은 멀리, 정확하게 공을 보낸다. 셋업에 들어가면 타깃을 힐끗힐끗 몇 차례 보다가 공을 떨굴 자리를 확정하면 지체 없이 샷을 날린다. 편안하게 툭툭 치는데도 시즌 비거리 순위가 16위(265.19야드)에 올라 있다. 페어웨이에 공을 떨구는 확률도 75.74%(48위)로 준수하다. 그의 상징인 ‘빨간 바지’만큼이나 화끈한 샷 루틴을 팬들이 사랑하는 배경이다.
통산 12승을 만들어낸 개성 만점 샷 메커니즘도 흥미롭다. 그는 왼발을 주요 회전축으로 삼지 않는 몇 안 되는 골퍼다. 김세영은 “백스윙 톱에서 다운스윙으로 전환할 때 체중이동을 위해 왼발을 먼저 내딛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상하체가 꼬인 상태를 풀어내는 동작에 신경을 쓴다. ‘제자리 스윙’ 또는 임팩트 직전 몸의 오른쪽 다리를 회전축으로 삼는 ‘우축(右軸)스윙이다. 체중이동은 다운스윙과 회전 과정에서 강하게 지면을 차주는 오른발의 힘에 의해 타깃쪽으로 상체가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결과물이다. 김세영은 “공의 뒷면을 오른쪽에서 보면서 강하게 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작도 간결해 안정적으로 비거리를 내는 데 장점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비거리에 도움을 주는 건 두 가지가 더 있다. 왼손그립을 시계방향으로 틀어쥐는 스트롱그립, 그리고 왼손목의 보잉(bowing)이다. 보잉은 손목관절을 하늘 방향으로 솟구치듯 구부리는 동작이다. 2020 마스터스 챔피언 더스틴 존슨(미국)이 대표적 보잉 골퍼다. 김세영은 “임팩트 때 손목 힘을 더할 수 있어 비거리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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