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이 19일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글로벌 항공운송 산업에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 국적 항공사가 환골탈태하지 못하고 이대로 가면 공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협상은 경영권을 갖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이뤄진 ‘3자 연합’과도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합 항공사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에 대한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재확인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업계가 붕괴 위기에 빠지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거나 계획하는 항공사가 많다”며 “(두 회사를) 합쳐서 최대한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너무 서두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해명이다. 그는 “한때 우리나라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빅2’ 항공사가 경쟁하면서 나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조 회장에게 책임 경영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특혜 의혹은 경계했다. 그는 “산업은행은 지분 10%만 갖게 되는 구조여서 경영을 건전하게 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며 “책임 경영이 지켜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산업은행은 한진칼과 대한항공 두 회사 모두에 사외이사 3명과 감사위원을 추천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채권단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경영평가위원회 심사 결과에 따라 조 회장의 경영 실적이 저조할 경우 조 회장 해임을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항공산업 재편은 결국 경영권을 확보한 분(조 회장)하고 할 수밖에 없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번 매각은)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특혜이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특혜”라고 했다. ‘3자 연합’의 아시아나 인수 반대 의견과 관련해서는 “실체를 공식 확인한 바 없고 실제 협상 대상도 아니지만 대화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은행은 KCGI가 법원에 제기한 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 취소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 이번 매각은 무산될 것이며 이럴 경우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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