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사의 디지털 혁신을 누가 주도하고 있습니까?’ ①최고경영자(CEO) ②최고기술책임자(CTO) ③최고정보책임자(CIO) ④코로나19. 정답은 ④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 전역의 봉쇄가 한창일 때 소셜미디어에 회자한 유머 글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하면서 우리가 일하고 배우고 소비하는 모든 방식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 우선 세상’이 눈앞에 성큼 다가온 것이다. 최근 IBM의 미국 소매지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의 소매 매출 전환이 올 들어 5년이나 앞당겨졌다.
그동안 디지털 혁신은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시급하지는 않은 과제로 취급됐다. 올해는 다르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면서 디지털 혁신이 생존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소비재·유통 기업은 온라인 판매 채널로의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더 이상 소비자들이 소매점을 찾지 않아서다.
제조기업도 바쁜 것은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로봇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음료·식품 기업인 펩시코는 코로나19가 한창인 지난 5월 결단을 내렸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음료·식품 구입처를 바꾸자 2개의 DTC(Direct To Consumer) 홈페이지를 열었다. 유통 채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최종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겠다는 포석이었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오프라인 판매 위축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에 전자상거래 매출 두 배 성장, 전체 매출 5% 성장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이후 펼쳐질 뉴노멀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들도 있다. 중국 1위 보험사인 핑안보험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헬스케어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했다. 원격의료 플랫폼 ‘굿닥터’를 통해 원격진료, 온라인 처방, 제휴병원 예약, 의약품 배송 서비스 등을 하루 24시간 제공한다. 이 사업을 진행하는 핑안헬스케어의 원격의료 매출은 올해 상반기에만 두 배가량 증가했다.
디지털 혁신은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행동을 요구한다. 보다 민첩하게(Be Agile). 완벽한 계획 수립보다는 실험과 피벗(전략수정)을 통해 혁신을 계속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보다 과감하게(Be Bold). 단기적 성과, 작은 개선에 그치지 말고 혁신 아이디어의 잠재력에 집중해야 한다. 보다 연결되게(Be Open). 다양한 생태계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혁신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코로나19라는 외부적 자극에 의해 디지털 혁신을 위한 변화의 모멘텀이 만들어졌다. 과거로 회귀할지, 단순히 생존하는 데 그칠지, 아니면 뉴노멀 시대에서 승리할지는 오늘의 결정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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