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관현악단이 묻혀있던 국악 명곡을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오는 2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20 마스터피스 : 정치용'을 통해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이날 25년 동안 쌓아온 창작 곡들 가운데 초연되지 않은 작품을 재조명한다.
이날 무대에 오를 곡들은 국립극장 상주음악가 최지혜가 2018년에 내놓은 '메나리토리에 의한 국악관현악강, 감정의집'(2018년 초연)과 리한우 작곡가가 쓴 플루트 협주곡 '긴 아리랑'(2018년 초연), 작곡가 김택수가 창작한 '문묘제례악에 의한 국악관현악아카데믹'(2015년 초연), 작곡가 김성국이 내놓은 '남도 시나위에 의한 3중 협주곡, 내일' 등 네 작품이다.
무대에서 악단을 이끌 마에스트로는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사진)이다. 그는 서울대 음대 작곡과를 거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서 거장 지휘자 미하엘 길렌을 사사했다.
정치용은 클래식 지휘자지만 장르가 다른 공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2004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창단 기념 연주회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작곡가 이영조가 선보인 오페라 '처용'과 2013년 국립오페라단 공연, 작곡가 최우정이 쓴 오페라 ‘1945’ 2019년 초연 등에서 지휘를 맡았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는 2011년 창작음악회 ‘파트 오브 네이처-사람, 자연의 울림’ 이후 9년 만에 호흡을 맞춘다. 정 감독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무대에 나서는 이유를 설명했다.
"제가 전공한 장르는 아니지만 늘 서보고 싶은 무대였습니다. 우리나라 정서를 담은 음악을 우리 악기로 선보인다는 게 중요하죠."
그는 서울대에서 작곡을 배웠다. 하지만 수업 듣는 내내 마음은 다른 곳에 머물렀다고 했다. 1978년 서울 종로에서 개관한 국내 1호 소극장 '공간 사랑'이다. "거기서 김덕수 명인이 창시한 사물놀이패를 처음 접했어요. 놀라웠죠. 타악기 4가지 만으로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어요."
국악이 주는 자유로움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정제되지 않은 가락과 박자는 음악대학에서 가르치지 않는 것들이었다. 정 감독이 배워왔던 독일식 작곡법과 달랐다. 마디와 지시문 등을 엄격하게 지키지 않아도 됐다. 지금까지 정통 클래식을 비롯해 국악 공연에 나서는 이유다. "당시 교수님들은 국악을 '고리타분한 것'이라 여겼어요. 동의하진 않습니다. 국악은 우리 정체성입니다. 서양 고전을 신봉해 우리 고유 특성을 지울 필욘 없죠."
정작 본인은 한국 대표 관현악단을 이끌고 있다. 정 감독은 음악 견해를 상세히 설명했다. "선입견 없이 동등하게 봐야합니다. 젊은 시절 음악을 배울 때는 말러와 브루크너가 선보인 작품이 현대 음악이었어요. 고전처럼 신성하게 여겨지진 않았습니다. 분석해야 할 작곡가 중 한 명에 불과했지요. 마찬가지로 김택수 등 국내 작곡가도 지휘자가 연구해야 할 작곡가입니다."
동등하게 보지만 왜 하필 국악일까. 클래식과 접목할 장르가 무궁무진하다. 최근에는 게임과 영화음악과도 연결하는 지휘자도 늘어나고 있다. 정치용은 '정서'를 언급했다.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 등 클래식 작곡가여도 민족성을 담은 작품이 많습니다. 클래식 변방에서 자신들의 감정을 대변한 곡들이죠. 우리는 국악이라는 훌륭한 장르가 이미 마련됐어요. 우리 정서를 말해줄 음악을 우리 손으로 내놔야죠."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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