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최근 시중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5만원권의 수요가 꾸준히 불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5만원권 품귀 현상은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지하경제 규모가 확대된 것과는 관계가 없다고도 선을 그었다.
한은은 18일 월간 소식지인 '한은소식 2020년 11월호'에 올라온 기고문 '코로나19와 더불어 늘어나는 5만원권 수요와 우리의 대응'을 통해서 이 같이 밝혔다. 올해 1~9월 중 5만원권 순발행액(발행액-환수액)은 16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조9000억원)에 비해 약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순발행액이 늘면서 5만원권 화폐발행잔액은 올 9월 말 121조4971억원으로 사상 처음 120조원을 넘어섰다. 화폐발행잔액은 한은이 시중에 공급한 화폐에서 한은 금고로 돌아온 돈을 뺀 수치로 시중에 남아 있는 돈이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금을 보유하려는 유인이 커졌고 그만큼 가계와 기업이 장롱과 금고에 5만원권을 쌓아 놓은 결과로 해석된다. 기고문을 작성한 김충화 한은 발권정책팀장은 "장·단기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고액권의 예비용 수요가 증가한 결과"라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안전자산인 고액권을 인출해 보유하는 경향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부진해진 자영업자들이 금융회사로의 현금 입금 시점을 늦춘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5만원권 수요 확대가 지하경제와는 관계가 깊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충화 팀장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추정한 한국의 지하경제의 비중(국내총생산 대비)은 1991년 29.1%에서 2015년 19.8%로 꾸준히 하락했다"며 "5만원권 수요 증가가 모두 지하경제와 결부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발권국은 5만원권 제조량을 전년보다 대폭 늘려 시중에 적절히 공급해왔다"며 "최근에는 5만원권 추가 발주, 한국조폐공사로부터의 신권 납품시기 조기화 등을 통해 시중의 화폐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경제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경우 5만원권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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