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년11개월 만에 1100원대로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했다. 백신의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로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의 1000원대 하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단기적으론 내림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에 비해 6원30전 내린(원화가치 상승) 1109원30전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1100원대에 진입한 것은 2018년 12월 4일(1105원30전) 후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7원90전 내린(원화 가치 강세) 1107원70전에 출발했다. 이후 낙폭을 키워 오전 장중 한때 1105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자 낙폭이 줄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환율 변동 속도가 너무 빨라 경제주체들이 적응을 못할 수 있다”며 “환율이 한 방향으로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대해 적절히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이어 달러를 사들이는 등 직접 개입에도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원화가치 강세는 코로나19 백신 보급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8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는 등 총 4조7478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수출을 비롯한 실물경제가 개선되는 것도 원화 강세 재료로 작용했다. 이달 1~10일 수출액(통관기준)은 14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1% 늘었다. 하루 평균 수출액은 12.1% 증가했다. 백신 보급이 본격화하면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저인 2014년 7월 3일(1008원50전) 수준까지 갈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있다.
하지만 당국이 개입에 나선 만큼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율 움직임은 글로벌 외환시장 흐름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정부가 움직임을 억제하거나 막을 수 없다”면서도 “쏠림 현상이 심화할 때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하락폭이 커지면서 기업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수출은 0.51%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선 후보의 당선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이 예상되고 달러 가치 하락세도 심화될 것”이라며 “환율시장의 변동성이 당사에 부정적 방향으로 확대되면 재무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익환/서민준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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