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50~299명)들이 내년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앞두고 깊은 시름에 빠졌다. 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납기를 못 맞춰 일감이 줄어들까 걱정이고, 근로자들은 수입이 대폭 줄어들까봐 한숨부터 나온다고 한다. 중소기업은 특성상 노동집약적 업종이 많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중국에 가격 경쟁력은 밀려도 순발력과 납기 경쟁력으로 버텨온 곳이 많은데, 주 52시간 강행 시 이마저도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근로자들은 형편이 더 안 좋다. 대개 초과근무 수당으로 부족한 급여를 메워왔는데 주 52시간제 시행 시 월급이 ‘반 토막’ 날 것이라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부는 퇴근 후 파견회사를 통해 파견 나가는 형식으로 야간근무를 하는 편법까지 생각하고 있다. 숙련공들은 아예 임금수준이 높은 일당직으로 이직을 고려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과 휴식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도입한 주 52시간제가 중소기업 근로자의 소득을 감소시키고 휴식도 보장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근로자들은 초과근무나 잔업수당이 월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주 52시간제 충격이 그리 크지 않다. 근로시간 단축이 결과적으로 ‘노동 약자’들을 울리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내놓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비슷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잇단 택배기사 사망사건과 관련해 주 5일 근무, 밤 10시 이후 심야택배 금지, 택배비 인상 등을 추진한다는 게 정부 대책이다. 택배기사의 과로를 막고 근로여건을 개선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현장의 복잡다기한 사정을 제대로 헤아리지도 않은 채,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자 급하게 마련한 대책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대부분 실효성이 떨어지고 장기적 정책 방향을 제시한 정도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정작 중요한 택배기사의 소득감소 문제만 해도 그렇다. 택배비 인상을 추진한다지만 소비자, 택배회사 등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여서 정부 기대처럼 쉽지 않을 게 뻔하다. 그러다 보면 배달시간 축소가 택배기사의 소득만 줄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노동 약자를 위한다는 정부 정책이 매사 이런 식이다. 무분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미 수많은 노동 약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골프장 캐디 중에는 보험료 부담은 물론 소득세까지 내야 해 일을 관두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장의 복잡한 사정은 외면한 ‘생색내기용’ 정책으로 기업도, 노동 약자도 멍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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