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외감법이 기업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이 기업 신용등급을 산정할 때 감사의견을 적극 반영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있어서다. 신외감법 적용 범위가 갈수록 확대돼 대기업에 비해 대체 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중견기업의 유동성 위험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비적정 감사의견을 기업 신용등급 산정 때 적극 반영한다는 내용의 내부 평가 지침을 마련해놓고 있다.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즉시 평가위원회를 열고 신용등급 전망을 바꾸거나 하향 조정 검토 대상에 올리는 식으로 대응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회사채 발행, 정기 평가 등의 이슈가 없더라도 비적정 의견을 중요한 신용평가 요소로 다루겠다는 취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외감법 도입 이후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비적정 의견을 받는 기업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 따라 내부 지침을 명확하게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엔 회계나 감사 이슈가 건설·조선 등 수주 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신외감법 도입 이후엔 업종 구분 없이 감사 이슈가 확장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통상 기업이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 자본시장 참가자들은 위험 신호로 받아들인다. 약정에 따라 비적정 의견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 차입 부담이 과한 기업엔 유동성 위험을 증폭시키는 촉매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감사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이 때문에 대기업에 비해 회계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 등 코스닥 상장사의 재무 부담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비적정 의견에 따라 기업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채무 조기상환 사유가 발생하고, 유동성 위험이 확대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정책 기조가 회계 투명성 향상에 맞춰져 있는 만큼 신용평가 때도 전보다 회계 문제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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