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첫 정상통화에서 한·미동맹 강화와 한반도 비핵화 해법 모색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지역 안보 유지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 통화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 "한국이 인도·태평양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있어 핵심 축(linch pin)"이라며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확고히 유지하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언급한 '인도·태평양지역의 안보와 번영'은 미국이 주요 방위 어젠다로 삼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맞닿아있다는 분석이다.
2010년 전후로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국이 대중(對中) 견제전략으로 내세운 새로운 안보 어젠다가 바로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이 전략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에 맞서 한국과 일본, 인도, 호주 등을 일종의 띠처럼 엮어 안보 포위망을 형성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미 정치권은 공화당과 민주당 등 정파를 떠나 인도·태평양 전략의 추진 필요성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강하게 밀어붙였던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의 다자 안보협의체 쿼드(Quad) 역시 인도·태평양 전략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다자주의 안보'를 기본 노선으로 삼는 민주당 소속의 바이든 당선인이 내년 1월 새 행정부를 꾸리게 되면 한국, 일본 등 전통 동맹국들과의 다자 안보 체제 강화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압박했던 한국의 쿼드 참여 압박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일 갈등의 중재자로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도 이 같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기초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한·일 갈등으로 인한 한·미·일 삼각안보 체제의 붕괴가 자국 이익 및 인도·태평양 안보에 해를 끼친다고 간주하고 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지소미아 사태 등으로 인한 한·일 갈등으로 제 기능을 하지못하고 있는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의 복원에 가장 먼저 나설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는 이유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