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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잡으면 뭐합니까. 컨테이너가 없는데…" 초유의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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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 핵심 장비인 컨테이너 박스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배를 구하지 못해 물건을 보내지 못하는 해운대란이 발생한 가운데 컨테이너 박스까지 품귀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초유의 해운대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수출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유일의 원양 국적선사 HMM(옛 현대상선)은 지난 11일 총 2290억원을 투자해 드라이 컨테이너 박스 4만3000대, 리퍼(냉동·냉장) 컨테이너 박스 1200대 등 총 4만4200대를 구입한다고 공시했다. 드라이 컨테이너 투자 자금은 금융리스 방식으로, 리퍼 컨테이너 박스는 임차 만기 구입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HMM은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해운업계에서는 컨테이너 박스 1개((1TEU=6m)당 2800~3000달러 내외의 비용이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과 3~4년전 개당 1700~1800달러선이었던 컨테이너 값이 거의 두배로 뛰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2만4000 TEU)의 값이 척당 1700억원선임을 감안하면 배보다 컨테이너 박스 값이 더 비싼 셈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해운업체들은 최근 국내에서 컨테이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하반기 해운대란이 일어나면서 글로벌 해운사들은 저마다 컨테이너 박스 확보 경쟁에 나섰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주 1664.56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컨테이너 박스가 품귀 현상을 빚게된 것은 중국~미국 항로에서 극심한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상대적으로 빨리 수습한 '세계의 공장' 중국은 항구에 쌓인 물건들을 미국으로 실어나르느라 바쁘다.

반면 미국에서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며 물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항만은 물론 내륙의 컨테이너 트럭 운행도 차질을 빚고 있다. 북미 대륙에서 컨테이너 박스의 회수율이 떨어지다보니 수급 불균형이 발생한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만선으로 출항했던 배가 미국에서 돌아올때는 적재량의 절반도 못채우고 돌아오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중국업체들이 시장 독과점
컨테이너 생산 시장은 1990년대까지만해도 한국업체들이 주도했다. 현대정공(現 현대모비스), 대성산업, 효성금속, 광명공업, 흥명공업, 진도 등이 컨테이너를 생산하면서 세계 시장 1위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들어 값싼 인건비를 내세운 중국 업체들에 밀리기 시작했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현대정공과 진도마저 각각 2000년, 2001년에 사업을 접었다. 현재 세계 1위 컨테이너 생산업체는 중국의 CIMC다. 그뒤를 중국의 신가마스, CXIC 등이 따르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최근 중국업체들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을 이유로 생산량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것도 컨테이너 박스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해운업계는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중국업체들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가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국내 업체들이 다시 컨테이너 박스를 제작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컨테이너 박스 품귀현상이 해운대란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미주 노선에 컨테이너선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컨테이너 박스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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