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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연의 데스크 칼럼] 권력의 규제 본능을 규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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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산업·노동구조를 바꾸고, 글로벌 교역도 둔화시키고 있어서다.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은 경제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제도 개선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건 성장이론의 기본 명제다. 자원의 이용과 생산성은 제도적 환경, 정책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뉴노멀’에 맞춘 규제 개혁에 나서는 배경이기도 하다.
거꾸로 가는 기업규제 환경
규제 개혁이란 글로벌 정책 기조는 본래 경제성장의 한계에 기인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면서 선진국들은 성장률 둔화라는 국가적 위기를 맞았다. 그 원인으로 규제가 지목됐고,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처방전이 나왔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시장이 복잡·다양해지면서 규제정책이 시장실패를 보완하기보다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경제주체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저해해 결국 국가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둔화하는 한국에도 규제 개혁은 가장 효과적인 처방으로 꼽힌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지난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141개 국가 중 1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세부항목인 ‘정부 규제가 기업 활동에 초래하는 부담’ 부문에선 67위로 중위권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20 한국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규제 수준은 OECD 35개 회원국 중 5위다. 한국의 규제 장벽이 세계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규제 환경은 거꾸로 가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법안들이 등장하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상법 일부 개정안·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기업들의 경영권에 위협으로 등장했다.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집단소송법 제정안은 대기업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송 대응력이 취약한 중소·벤처기업에도 막대한 소송비용 부담을 예고하고 있다.
'비용 총량제'로 막아야
정치의 본원적 임무는 상호 갈등하는 사적 이익들을 공적 이익이란 관점에서 효율적으로 조율하는 것인 만큼 규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요즘 등장하는 규제의 대부분은 정치적 취향을 대거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반(反)기업 정서에 편승한 정치권의 규제안이 주로 기업에 대한 응징과 경영자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이런 법들은 결국 이해당사자들의 공감을 잃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의 성장을 막고, 고용을 줄여 훗날 정치권에 부메랑으로 날아올 게 뻔하다.

규제는 권력의 본능에 가깝다. 권위에 의존하는 가부장적 국가일수록 애당초 주어진 범위를 넘어 스스로 권력 크기를 팽창시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인류적 재앙인 코로나 사태는 이런 권력 본능이 활개 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 폭주를 막기 위해선 유명무실한 ‘규제비용 총량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규제를 추가하면 그만큼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총량을 일정 수준으로 묶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식이다. 그래야만 코로나 사태로 부풀 대로 부풀어오른 권력의 규제 본능에 재갈을 물릴 수 있다.

yooby@hankuy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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