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11일 "여성들의 결집된 분노가 우리를 향하지 않는지 잘 살펴야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가 본경선에서 여성가산점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경선룰을 가닥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이에 반발한 것이다.
이 전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서 "이번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성추행으로 시작된 선거로 '젠더선거'"라며 "우리 당이 이번만큼은 여성들을 위한 선거를 하겠다고 선언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경선준비위원회의 여성 가산점제 폐지 및 축소 검토와 관련해 "하필 젠더선거에서, 여성들의 분노와 기대가 결집되는 이 시점에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 우를 범할 리가 없다고 믿으면서도 혹시나 해서 한말씀 드리겠다"며 "이 문제는 당이 여성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개혁 의지가 있는지, 수많은 여성들의 분노에 공감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라고 했다.
국민의힘 경선관리위원회는 서울시장, 부산시장 후보 공천에 대해 예비경선에서만 여성, 청년, 신인 가산점을 적용하고 결선 경선에는 가산점을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상훈 경선관리위원장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본선 때 여성에게만 점수를 더 주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경선준비위원회는12일 마지막 회의를 열고 경선 룰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성을 진출시키기 위한 가산점 제도가 필요한 측면도 있고, 본선 경쟁력을 헤칠 수도 있어서 중간에서 조화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 야권에선 내년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에 여성 후보군들이 대거 언급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은 11일 "서울시민의 자존심을 지키고 서울의 일상을 되찾겠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집중 거론하며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서라도 서울시장은 반드시 야당에서, 여성시장이 선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산점에 대해서도 "선거 자체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벌어진 것이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여성 시장 선출이 정말 필요하다"며 "여성 가산점 부여가 당연하다"고 말했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역시 지난 10일 저서 출판을 알리며 정치 활동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지난 1년간 야당 원내대표를 수행하며 겪은 경험을 담은 내용의 '나경원의 증언: 그래도 봄은 온다(가제)'를 출판하고 조만간 기자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 의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