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0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만나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문재인·스가 선언’을 제안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11일 보도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양국 간 갈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현실적이지 않다”며 사실상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박 원장이 1998년 김대중 대통령·오부치 총리가 발표한 ‘한·일 파트너십 선언’에 이은 새로운 선언을 양국 정상이 발표할 것을 스가 총리에게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는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사과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스가 총리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양국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릴 수 있는 계기를 한국이 만들어 줬으면 한다”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박 원장이 제안한 새로운 선언 발표에 난색을 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새 공동선언을 발표해도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양국 현안이 해결되리란 보장은 없지 않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스가 총리는 관방장관 시절 한국 대법원의 2018년 강제징용 배상 판결(피해자의 배상청구권 인정)에 대해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을 저버린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타결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 원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정상 모두 갈등 현안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현재 실무자 선에서 (해결책 마련을 위한) 접촉을 하고 있다”며 “잘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도쿄=정영효 특파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