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로 난관을 겪고 있는 중국 화웨이가 '알짜'로 알려진 중저가 스마트폰 사업의 매각을 추진한다.
로이터통신은 1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가 중저가 스마트폰 '아너' 사업부를 이 회사 본사가 있는 선전시정부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에 1000억위안(약 17조원)에 양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컨소시엄은 화웨이 등의 스마트폰을 취급하는 유통업체 디지털차이나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화웨이는 2013년 아너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아너의 스마트폰 가격은 1000~1500위안(약 17만~25만원)대로 중국 젊은이들이 많이 쓰고 있다. 화웨이가 삼성전자에 이은 판매량 기준 세계 2위 스마트폰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아너의 스마트폰은 화웨이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5170만여대)의 26%를 차지했다. 지난해 매출은 900억위안(약 15조원), 순이익 60억위안(약 1조원)으로 추정된다.
화웨이는 브랜드, 연구개발(R&D), 부품공급망 관리를 포함한 아너의 자산 일체를 한꺼번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너의 경영진과 8000명가량의 인력도 모두 승계하는 조건이다. 인수 컨소시엄은 3년 정도 후에 아너를 상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화웨이가 아너를 매각하기로 한 것은 미국의 규제로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자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고가인 화웨이 브랜드 제품을 파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5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블랙 리스트'에 올리고 제재를 강화해 왔다. 지난 5월에는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를 사용한 부품을 화웨이에 판매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해 화웨이가 핵심 반도체를 구매할 수 있는 길을 사실상 봉쇄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