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아파트에 5억원짜리 전세를 살고 있는 A씨는 얼마 전 집주인 아들이 들어와 산다며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고, 같은 단지 내 딱 한 개 나온 새 전셋집을 어렵게 구했다. 전셋값은 2년 전과 비교해 3억원이 오른 8억원에 달했다.
A씨가 전세값보다 더 놀란 것은 중개수수료. 자신의 한달치 월급을 훌쩍 뛰어넘는 640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A씨는 "전세가 워낙 귀해 집도 보지 않고 거의 바로 계약금을 넣었는데 뒤늦게 중개수수료 청구서를 보고 한숨이 나왔다"고 말했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임차인들의 중개수수료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보호법이 시행한 이후 전세난이 심화하며 전세 중개수수료가 매매 수수료보다 비싼 경우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계약 종류와 거래 금액 구간별로 각각 다른 요율을 적용한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의 경우 1억원 이상~3억원 미만 거래는 거래금액의 최대 0.3%를, 3억원 이상~6억원 미만은 0.4%, 6억원 이상은 0.8%를 적용한다. 매매 계약은 △2억원 이상~6억원 미만 0.4% △6억원 이상~9억원 미만 0.5% △9억원 이상 0.9%내에서 결정된다. 가령 6억원짜리 전세는 중개수수료가 최대 480만원이지만 동일한 금액의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수수료는 최대 300만원으로 전세를 구할 때 복비가 더 비싸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 6억원 이상이 흔해지면서 중개보수 요율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소 2년 혹은 4년마다 새 전세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임차인 입장에서 중개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에서도 전셋값이 6억원을 찍은 단지가 나오고 있다. 노원구 하계동 '현대우성' 전용 84㎡는 2018년 10월 전세 3억6000만원에서 지난달 6억원으로 올랐다. 구로구 구로동 '신도림태영타운' 전용 84㎡도 지난 9월 6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서를 썼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3677만원(KB부동산 조사)을 기록해 6억원 선에 근접하고 있다.
전세 품귀 현상으로 중개업소 간 물건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대인의 수수료를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경우도 많다. 전세를 놓는 임대인에게는 복비를 물지 않는 대신 임차인에게 최대 요율의 수수료를 무는 식이다. 일각에선 전셋집을 구해주면 임차인이 중개업소에 추가로 지급하는 일종의 '성공보수'까지 등장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권익위는 이달 2일부터 13일까지 중개보수 적정 요율 등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토론회 등을 열어 제도 개선 혹은 정책 제안에 활용할 계획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