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에 대해선 남은 질문도 많다. 9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긍정적인 임상시험 결과 보도 이후 초반에만 크게 올랐다가 이후 상승폭 상당 부분을 반납한 이유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이 경제 재가동을 이끌 수 있을까. 아직은 미지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과 주요 외신들이 제기한 의문점을 정리해봤다.
화이자 백신, 정확히 무슨 효능?
일단 경제 재가동과 관련이 깊은 백신 효과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3상 임상시험 참가자 중 94명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사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약 90%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백신을 두 차례 투여한 참가자가 코로나19 감염률 10% 미만을 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같은 발표를 놓고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이견이 있는 모양새다. CNN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코로나19 감염률을 낮춰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백신 접종자의 증상 발현만을 억제하는지 공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전자라면 경제 활동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후자라면 효과가 덜 할 전망이다.
고위험군인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등에도 같은 효과를 냈는지도 불분명하다. 이번 자료는 94명 대상 시험에만 기반하고 있어서다.
효과는 얼마나 지속되나
백신 효능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도 확실치 않다. 코로나19 백신의 효과 지속 기간은 경제 재가동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백신을 한두달에 한번씩 새로 접종해야 할 경우엔 각 기업과 공장, 음식점 등 영업장의 백신 확보에도 어려움이 클 전망이라서다.화이자가 발표한 이번 결과는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두번째 접종을 한지 7일 후 결과까지만을 다뤘다. 빠른 승인을 위해 결과를 신속히 분석할 필요가 있었겠지만, 이번 결과만으로는 중장기 효능을 알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분석은 백신 효능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보기엔 너무 이른 시기에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 백신연구그룹의 그레고리 폴랜드 백신연구단장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통상적인 독감 백신처럼 수개월간 효능이 있는지, 시간이 지날 경우 효능이 어떻게 되는지 등이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공급 여력 적어, 50세 미만은 대기 행렬 '꼴찌' 예상"
백신의 예방 효능이 강하고, 효과 지속 기간이 길다 해도 코로나19 경제 타격을 상쇄하기까지는 다른 관건이 남아있다. 백신을 적정한 가격에 널리 공급할 수 있는지다.화이자는 앞서 전세계에 걸쳐 연내 총 5000만회 투여분 백신을 제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두 차례 이뤄지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사람 수는 2500만명이 된다.
이를 따져볼 때 백신이 나와도 대중에게 공급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WSJ는 "올해 중 화이자 백신이 나와도 일선 보건의료 종사자 중 최전선에 있는 이들에게만 접종이 가능하다는 얘기"라며 "세계 각국에서 더 많은 이들이 백신 수혜를 보려면 훨씬 많은 생산량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CNN은 "나이 50세 미만에 기저질환이 없는 이들은 백신 대기줄에서 '꼴찌'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영하 80도' 보관해야…대량 유통 걸림돌
화이자가 대량 공급에 나선다 해도 실제적 걸림돌이 있다. 백신 보관과 수송 등 유통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는 점이다.화이자 백신은 영하 70~80도 이하 '초저온 저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기존 독감백신 수송·보관 적정온도인 섭씨 2~8도보다 훨씬 낮다.
상온에서 잠시 보관할 수 있지만, 백신의 코로나19 면역체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영하 70도 이하가 유지돼야 해 사실상 새로운 콜드체인이 필요하다는 평이다.
아메쉬 아달자 존스홉킨스 건강안보센터 선임연구원은 "백신 유통망이 이번 백신 공급에 가장 어려운 요인이 될 것"이라며 "미국 대도시 병원에서도 초저온으로 백신을 대량 보관할 저장시설이 없어 큰 도전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내에선 독감백신 상온 노출 사고와 냉매 접촉 의심 사례가 이어져 독감백신 물량이 일부 폐기됐다. 이같은 사례로 볼 때 코로나19 백신의 유통 조건이 까다로워 제대로 온도 조건을 맞추지 못할 경우 백신 안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안전성 의심이 퍼지면서 '백신 기피현상'이 일어날 우려도 있다.
CNN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온도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접종시키려면 제조와 물류상 '엄청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