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의 혁신 플랫폼 구성을 제안하며 ‘신당 창당’ 논의에 불을 붙였다. 국민의당은 뜻이 맞는 야권 인사들과 구체적인 논의를 이번주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관심 없다”고 안 대표의 제안을 일축했다.
안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순히 반문(반문재인) 연대가 아니라 대한민국 혁신의 비전을 실천할 개혁연대, 미래연대, 국민연대가 필요하다”며 범야권 재편을 주장했다. 그는 “이대로는 야권의 장래도,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는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최선의 방법은 혁신 플랫폼”이라고 했다. ‘혁신 플랫폼이 정당의 형태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플랫폼은 스펙트럼이 다양할 수 있다”며 “상황을 얼마나 엄중하게 보는가에 따라 여러 해법을 생각할 수 있고 저는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5개월 앞두고 야권의 ‘인물 부재론’ 속에 안 대표가 소수 정당(3석)의 한계를 넘어 야권 판도를 좌우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야권 재편을 고민하는 분들, 또 이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분들을 중심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이번주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안 대표의 제안에 호응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부산 3선인 장제원 의원은 “국민의힘 당세만으로는 보궐선거와 대선에서 승리하기 힘들다”며 “안 대표의 야권재편론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5선인 조경태 의원도 “신당론을 무시할 필요는 없다. 우리 당이 고려하는 것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종인 위원장은 “관심 없다”며 선을 긋고 있어 안 대표의 야권재편론이 실제로 얼마나 힘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국민의힘)은 어느 한 정치인(안 대표)이 밖에서 무슨 소리를 한다고 그냥 휩쓸리는 정당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일부 의원이 안철수 이야기에 대해 동조하는지 안 하는지는 관심이 없다”고도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안 대표와) 방향이 같고 합쳐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안 대표가 주장하는 새로운 창당이라든지 혁신형 플랫폼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회의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제안한 중도·보수를 아우르는 플랫폼 연대는 올초 총선 직전 이미 시도된 적이 있다.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중도·보수 연대를 표방하며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통합을 주도했다. 하지만 총선 결과는 여권의 압승이었다. 국회 관계자는 “통합과 연대에 앞서 가장 큰 문제는 야권의 인물난”이라며 “어떻게 인물을 만들 것이냐는 구체적인 제안 없이 연대 논의는 더 나아가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