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뒤집힌 민심
8일 27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바이든 승리의 일등공신은 ‘러스트벨트’(동북부 쇠락한 공업지대)’의 대약진이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북부 핵심 경합주에서 일제히 승리를 거뒀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줬던 전통적인 민주당 우세지역이다. 낙후된 공업지역의 재건을 약속한 트럼프를 선택했던 표심이 코로나19 사태와 일자리 감소가 겹치면서 4년 만에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온 것이다.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20명)의 경우 개표 막판 바이든 승리로 결론 나면서 기나긴 대선 레이스의 종지부를 찍기도 했다.신격전지인 네바다(6명)와 애리조나(11명)도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 지역은 전통적으로 각각 중도와 보수를 상징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애리조나의 경우 1995년 이후 민주당 상원의원이 나온 적이 없는 지역이다. 그런데도 바이든 당선인이 선거인단을 싹쓸이할 수 있었던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이후 급증한 멕시코 이민자들이 이들 지역으로 대거 유입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히스패닉 응답자 중 63%가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다고 답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공화당 텃밭인 조지아(16명)에서도 선전했다. 조지아에서는 98% 개표 현재 49.5% 득표율로 트럼프 대통령보다 0.2%포인트 앞섰다. 금융위기 이후 물가가 비싼 북동부 대도시에서 남부로 이주한 주민과 흑인 인구 유입으로 최근 조지아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미국을 다시 정상으로
바이든의 승리에는 ‘미국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자’는 민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게 미 언론의 평가다. 코로나19 확산은 바이든 승세를 굳힌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에선 현재까지 24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확진자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초기부터 코로나19를 대수롭지 않게 대하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트럼프의 ‘막말’과 돌출행동도 패인으로 꼽힌다. ‘미국 대통령답지 못하다’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대표적 중산층으로 꼽히는 교외 여성층(사커맘) 상당수가 트럼프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트럼프 심판론’이 거세게 일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트럼프가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는 12개 격전지 중 5곳에서 우세를 보였다. 개표 초기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플로리다(29명)에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트럼프식 정치를 뜻하는 ‘트럼피즘’이 여전히 유효했다는 진단이다. 정치분석가인 스튜 로텐버그는 “민주당 바람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참패가 아니었다”며 “코로나19 및 경제 대책 실패에도 4년 전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입증했고,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심도 상당수 파고들었다”고 덧붙였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