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개막하는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光棍節)를 앞두고 현지는 물론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유통가가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구매 방식부터 선호 품목까지 예년과 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광군제는 올해부터 1·2부로 나눠 진행한다. 매년 11월11일에 맞춰 열렸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누적된 소비 심리가 폭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분산 효과를 노렸다. 이미 지난 1~3일 1부가 진행됐고 오는 11일 메인 이벤트가 진행되는 식으로 축제일을 총 4일로 늘렸다.
앞서 알리바바는 지난달 21일부터 광군제 관련 주문을 받았다. 같은 날 경쟁사인 JD닷컴도 4단계로 나눈 카운트 다운에 돌입해 오는 13일까지 이벤트를 펼치면서 모처럼 중국 내 소비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알리바바는 이번 광군제에 역대 최대인 25만개 브랜드가 참여하고 8억명의 쇼핑객이 운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별개로 500만 중소상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도 마련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광군제의 시작은 지금처럼 거창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11월11일은 결혼을 하지 못하거나 싱글인 남녀를 위한 날로 인식됐다. 광군제가 이날 열린 이유도 독신 남녀를 위한 조그마한 행사가 배경이 됐다.
'광군'(光棍)은 '빛나는 막대기'라는 뜻이다. 중국인들은 숫자 '1'의 형상이 홀로 있는 솔로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여긴다. 때문에 11월11일은 전통적으로 중국에서 '솔로의 날'로 통했다. 독신자들을 챙겨주는 문화가 생겨났고 광군제도 이러한 흐름 위에서 탄생했다.
알리바바가 자회사 타오바오몰을 통해 광군제를 처음 기획한 것은 2009년. 당시는 지금과 같은 규모가 아니었지만 2010년대 중국의 경제성장과 맞물려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기간으로 자리 잡았다.
매년 광군제를 중심으로 중국인들의 대대적 소비가 이뤄지는 만큼 유통업체들은 재고 털이에 사활을 건다. 쇼핑몰과 배송 업체들은 대대적 할인과 배송 전략 준비에 집중한다.
유통업계는 광군제 매출을 중국 소비 수요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평가한다. 코트라 선전무역관 자료에 따르면 처음 행사가 열린 2009년 광군제 매출액은 0.5억위안(한화 84억)에 불과했지만 2012년 191억위안(3조2000억)으로 늘더니 2016년엔 1207억위안(20조4000억)을 기록해 처음으로 1000억위안을 돌파했다.
2018년에는 2135억위안(36조2000억), 지난해 2684억위안(45조4700억)을 기록해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년 매출 규모가 증가했다. 솔로들을 위한 행사를 기획할 당시엔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던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중국 유통업체들은 올해 광군제를 코로나19 경기 침체를 극복할 기회로 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쇼핑 비율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 광군제 참가 업체들은 쇼핑 채널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가 최근 발표한 '광군제 보고서와 미국 홀리데이 세일 예측 조사'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국 브랜드에 대한 이른바 '애국 소비'가 심화될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 품목 역시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가전이나 패션, 화장품보다 의약품, 마스크, 생필품 등 개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품목들 선호도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광군제와 관련해 정부 당국이 지원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코로나19로 침체된 수산물 수출 시장의 판로 확보를 위해 광군제를 겨냥한 홍보행사와 할인·시식 등 판촉 행사를 펼칠는 방침이다. 관세청 역시 광군제를 통한 해외 직구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오는 9일부터 연말까지 '특송·우편물품 통관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