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여야 국회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시야를 지역구로 돌리고 있다. 치열한 정쟁을 벌인 지 불과 며칠도 안 돼 이제는 여야가 약속이라도 한 듯, 의원 개개인의 지역구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지역구를 챙기는 대표적 방법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을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다.
실제 다수 의원들이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의 개정안을 발의해 놓았다. 하나같이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중앙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을 막거나 다른 지역에 있는 부처와 공공기관을 세종시 아닌 자신의 지역구로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책은행과 공기업 지사를 지역구로 끌어들이려는 법안도 있다.
여야 의원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지역구 유치의 타당성을 호소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의정활동 홍보용’이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지역구를 위해 이만큼 일했으니 다음에도 뽑아달라”는 식이다. 행정·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정밀하게 설계된 균형발전 전략이나 효율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나눠먹기’로 결정돼 왔다는 얘기다. 균형발전 또는 지방이전 정책이 여러 정부에 걸쳐 추진돼 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던 데는 이런 이유도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국가보다 지역구 챙기기에 더 혈안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은 편의상 지역구를 통해 뽑지만 ‘지역 일꾼’이 아니라 지역을 대표한 국가기관이다. 그런 국회의원들이 지방의원이라도 되는 양, 국가 사무보다 지역구 관리에 더 공을 들인다. 국정감사 와중에도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려 들고 예산심의에서는 ‘쪽지 예산’을 들이밀며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고 안간힘을 쓴다.
지방의원이 해야 할 일을 국회의원이 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되풀이돼 왔지만 국회의원 본인은 물론 유권자들도 이런 관행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이는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는 물론 지방의원의 존재 이유까지 부정하는 꼴이다. 국민들부터 바뀌어야 한다. 지역구 사업이 아니라 나라 일을 열심히 할 일꾼을 뽑는, 성숙한 정치의식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회의원들이 달라지고 지방자치제도 역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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